"왜 미래세대만 약탈하나"…연금개혁 '후폭풍' 거센 與
'받는 돈' 올린 모수개혁안에 "원통하고 분노"
김재섭·우재준 外 야당도 3040세대 대거 반대표
"연금특위서 구조개혁"하겠다지만…구성 난항 예상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나온 합의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던 협상을 이끈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말 꿈 같다"고 했던 이유다.
문제는 여당 내부의 거센 반발이다. 당초 당정은 연금재정을 안정시키는 제도 지속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둬왔다. 이러한 노선이 무색하게 지도부가 앞장서 소득대체율을 현행보다 올리는 모수개혁안을 수용한 것은 '개악(改惡)'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젊은 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당 연금특위 총사퇴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與연금특위 '총사퇴'…"합의 당일 아침까지도 반대"
박 의원은 "당 연금특위가 만들어놓은 좋은 안(案)이 있었는데 하나도 반영이 안 된 상태에서 이는 개악"이라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그날 아침까지도 반대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좋은 안'이란 보험료율은 기존 합의대로 현 9%에서 13%로 점진적으로 인상하되, 추후 지급받을 연금급여를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방안을 이른다. 앞서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된 현행 타임라인(2028년까지 40%로 하락)을 그대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합의된 '소득대체율 43%' 안은 민주당이 지난 14일 수락 의사를 밝히기 전, 국민의힘이 먼저 양보한 수치이기도 했다. 받는 돈의 '예정된 하락'을 지난해 기준 중단하기로 한 정부안(42% 안)보다 한 발 더 물러선 것이다.
박 의원 등이 '야당 좋은 일만 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층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당정이 밀었던 '세대별 보험료 차등화 인상'도 합의안에서는 빠졌다.
'받는 돈' 외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조정장치(인구구조·경제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 도입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는 구조개혁 영역에 들어가, 향후 꾸려질 국회 연금특위에서 다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어찌 됐든) 여야간 합의를 했기 때문에 반대를 못해서 (본회의에서) '기권'을 누른 사람도 있다. 많은 의원들이 추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그냥 지도부끼리 합의한 데 대해 정말 원통하고 분노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더 많이, 오래' 내야 하는 청년층, 與野 막론 반발 커
연금 문제의 최대 당사자 격인 청년층 의원들의 반발은 더 거세다.
연금개혁안 표결이 이뤄진 20일 본회의 직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박 의원 외 우재준·김재섭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섰다. 각각 1988년·87년생인 두 사람은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협잡"(김재섭), "은퇴가 임박한 86세대들은 끝까지 조금 내고 받을 때만 즉시 더 받게 된다"(우재준)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실제로 당내 '젊은 피'는 역사상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으로 평가되는 자신들이 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정치권이 내민 안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 전체가입자 평균소득(309만 원)을 기준으로 '내고 받는 돈' 인상을 가정하면, 가입자는 지금보다 약 12만 원을 더 내고 9만 원을 더 받게 된다. 별도 재정 투입 없이 급여지급분(分)을 충당하려면 미래세대는 월급의 35~40% 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청년들로서는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그만큼의 혜택은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셈이다.
한 여당 의원은 합의안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꼭 뒤따라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대로 수급개시연령에 일괄 43%를 받는 게 아니라, 아직 일할 수 있는 60대들은 30%대를 받되 실업수당·재취업수당 등을 지원하고, 70대 이상부터 40%대 소득대체율을 적용하는 등 수급을 이원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기금 고갈 시점만 9년 늦추는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은 여당 밖에서도 나오고 있다. 본회의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의원 과반인 56명이 기권·반대표를 던졌고, 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등 3040세대 의원 다수가 이에 동참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연금특위를 통해 구조개혁을 완성한다면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결단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내 비토 여론상 특위 구성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광훈 10분 만나 공천받아"…부정선거론자들의 선거
- '섬망증세' 취급 조지호, 칭찬받은 김봉식…경찰도 '굴욕'
- 美 그랜드 캐니언 여행 한국인 3명 열흘째 연락두절
- "아직도 불길이 보여요"…뜬눈으로 지새운 의성 주민들
- "좌파 본진 간다" 집회 갈등 쫓는 유튜버들…전문가 "혐오 비즈니스"
- 김경수, 건강악화 병원 이송…尹파면 촉구 단식 14일차
- 2024학년도 의대 편입 경쟁률 65.4대1…서울권 137.6대1
- 尹 탄핵선고 장기화의 여파…단식농성자들, 건강 위험 커졌다
- "尹 탄핵 위해 끝까지 투쟁"…헌재의 '장고'에 시민들 다시 거리로
- 진실을 왜곡하는 뒤틀린 신념의 최후…영화 '계시록' 리뷰[왓더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