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통했나…의대생, 예상 깨고 절반 복귀

정윤경 기자 2025. 3. 2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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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대 의대, 절반가량 복귀…“유의미한 기류 변화”
교육부 ‘강경기조’ 통했나…“제적·유급 불안에 선회”
정부 향한 불신 여전…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 움직임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의대생이 전원이 3월 말까지 복귀하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겠다."

"복귀하지 않는다면 유급, 제적 등 학칙에 따라 처분하겠다."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 일단 통한 모양새다. 연세대·고려대·경북대 등 세 의대가 처음으로 1학기 등록을 마감한 지난 21일,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복학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와는 다른 교육부의 강경 기조에 의대생의 투쟁도 '일단 멈춤' 모드로 들어간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를 향한 불신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만큼 '수업 거부' 등 또 다른 저항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려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최종 등록·복학 신청마감 기한인 지난 21일 고려대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압박에 백기?…'일단 멈춤' 들어간 집단행동

22일 교육부와 각 대학에 따르면, 고려대, 연세대·연세대 미래캠퍼스, 경북대 의과대학과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은 전날 복학 신청 및 등록 접수를 마쳤다. 연세대 측은 전날 오후 7시 기준 재적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복학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기존에 수업을 듣던 110여 명을 포함해 300명에 달하는 인원으로 추산된다. 마감 약 5시간 전 집계된 만큼 최종 복귀자는 절반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복귀생도 연세대와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대는 전날 오후 4시 등록금 납부 신청을 마감하기로 했다가 오후 11시 59분으로 연장했다. 경북대 역시 같은 날 오후 11시59분까지 전산을 열어뒀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21일 (등록) 마감하는 대학에서 등록과 복학에 유의미한 기류 변화가 있으며 상당수 학생이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급이나 제적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복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워낙 교육부의 압박이 세다 보니 법적 처분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집단 휴학을 받아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각 의대에 보낸 공문에서 "형식적으로는 개인 사유에 의한 휴학 신청이나 실질적으로는 집단적인 대규모 휴학 신청에 대해서는 승인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재차 주문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각 의대도 강경하게 대응했다.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지난 13일 의대생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지난해 2학기 말(2025년 2월28일)로 휴학 기간이 종료된 사람은 21일까지 복학 신청을 해야 한다"고 알렸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으로 구성된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이날 35개교 의대생의 휴학계를 반려했다. 의총협은 지난 19일 영상 간담회를 열고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즉시 반려하고, 유급이나 제적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학칙대로 엄격히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전국 의대 학장까지 거들었다. 의대협회는 '전국 의과대학 학생 여러분에게'라는 제목의 서신을 보내 "학교로 돌아와 달라"고 청원했다. 이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며, 40개 대학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 모든 것은 여러분이 학교로 복귀할 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제적이 현실화되면 빈자리를 편입생이 채울 수 있다는 우려도 복귀 이유로 거론된다. 교육부는 학칙대로 대규모 유급·제적이 발생할 경우 편입으로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학은 일반대학생을 의예과로, 간호대 등 보건의료 관련 전공 졸업생을 의학과(본과)로 각각 편입생을 받아 결원을 채우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외 4년제 대학에서 2학년 이상 이수한 학생이 의대에 편입하게 되면 본과 1학년 혹은 예과 2학년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간호대 등 보건의료 관련 전공 졸업생을 본과 2~3학년으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이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의대국장)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평소에도 결원이 나오면 대학은 일반 편입학으로 충원해 왔다"며 "(결원이 발생하는) 의대는 소수이긴 하지만 (일반 편입학은) 결원이 나왔을 때 하는 일반적 처리 절차"라고 설명했다.

경고장을 내민 동시에 정부는 회유책도 꺼내들었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의대생이 전원 돌아올 경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복귀하지 않을 경우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증원 2000명을 반영한 5058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반려 등 지침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뿌리 깊은 불신…의대생, '수업거부' '집단소송' 카드 만지작

그러나 이 같은 복귀는 형식적일 뿐, 수업 거부 등 또 다른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아직 의대생 사이에서는 정부를 향한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경북대 의대 졸업생인 A씨는 기자에게 "말로는 '의대 정원을 예전처럼 되돌리겠다.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후배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며 "지난해 '의대 증원 2000명'으로 인해 촉발된 불신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은 '필수의료패키지' 등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던 8대 요구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고 △의·정 동수의 의·정 합의체를 구성하며 △현 사안의 책임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의료 사고 관련 제도를 도입하며 △필수의료 수가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는 일부 의대 OT에서 '2025 의대 신입생을 위한 의료정책 길라잡이'라는 자료집 형태로 배포됐다.

미복귀자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할 시 집단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의협 관계자는 "휴학을 금지하는 것 자체로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했다. A씨도 "휴학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공부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제적되면 집단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협도 "제적이 현실이 된다면 가장 앞장서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파업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의대협은 전날 성명에서 휴학으로 인해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경우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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