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인이 박영현-김택연급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160㎞ 향한 질주, 지금 시작됩니다

김태우 기자 2025. 3. 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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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를 대표하는 패스트볼과 비교해 세부 수치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 모습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우주 ⓒ한화이글스
▲ 고교 시절부터 파이어볼러로 유명세를 탔던 정우주는 160km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대주로 뽑힌다 ⓒ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수많은 ‘더러운’ 변화구가 있지만 역시 타자가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은 빠른 공이다. 그것도 제구가 되는 빠른 공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물리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시원시원한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패스트볼을 가진 선수로 흔히 박영현(kt)과 김택연(두산)을 뽑는 관계자들이 많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가진 선수들임은 물론, 흔히 말하는 공의 끝이 좋은 선수들이다. 요즘 측정치로 보면 수직무브먼트가 좋은 선수들이다. 모든 공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 강력한 회전과 좋은 회전축이 만난 두 선수의 패스트볼은 그보다 덜 떨어진다. 끝까지 살아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

그런데 두 선수의 패스트볼 위력에 도전장을 내밀 선수가 등장했다. 아직 뚜껑은 더 열어봐야 하지만, 올해 한화의 1라운드 신인(전체 2순위)인 정우주(19·한화)가 그 기대주다. 정우주는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로 유명세를 탔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까지 받은 비결이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측정된 값을 보면 구속뿐만 아니라 세부 지표도 만만치 않다.

정우주는 두 선수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 지난 1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의 측정치를 보면 정우주는 이날 최고 시속 153.6㎞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지금도 153~154㎞가 나오는데 날이 따뜻해지고 몸이 예열되면 그 이상의 구속도 기대할 수 있다. 문동주 김서현에 이어 160㎞ 트리오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것이 아니다.

여기에 수직무브먼트는 놀라울 정도였다. 지난해 리그 최고 수준을 연거푸 찍었다. 박영현 김택연 모두 뛰어난 수직무브먼트 값이 찍히는데, 정우주는 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그 이상의 수직무브먼트 값을 기록했다. 회전 수도 리그 평균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였다. 안정적인 팔 스윙에서 순간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패스트볼의 위력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패스트볼을 활용하는 방법은 세 선수 모두 조금은 다르다. 정우주는 거침없이 하이패스트볼 승부를 벌인다기보다는 낮은 쪽 패스트볼의 위력이 좋다. 타자가 봤을 때는 볼처럼 보이는데, 정작 뛰어난 수직무브먼트를 바탕으로 타자의 생각보다 덜 떨어져 마지막 순간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는 것이다. 이는 박영현이 신인 시절 받았던 호평과 비슷하다. 정우주 또한 뛰어난 수직무브먼트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수평적인 움직임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움직임 자체만 본다면 리그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의 패스트볼을 가졌다.

물론 커맨드의 일관성을 더 찾을 필요가 있고, 기복을 줄일 필요는 있다. 박영현 김택연 조병현 등 리그를 대표하는 위력의 패스트볼은 구속과 수직무브먼트, 회전 수가 비교적 일정하다. 하지만 정우주는 아직은 들쭉날쭉한 감을 보인다. 경기 중, 경기마다 컨디션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아직은 있다. 똑같은 수치를 가진 공이라도, 어떤 폼이나 디셉션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위력은 천차만별로 변할 수 있다. 수치만 보고 최고라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은 신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시간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정우주가 1군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화이글스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하면서 1군에서 선을 보일 기회도 얻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호주 1차 캠프,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모두 생존한 정우주는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에서도 2⅓이닝 동안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계속 경기마다 어려움은 있었으나 무너지지 않고 극복하면서 개막 명단까지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시즌 중에도 많은 위기가 있겠지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장기적인 보직은 선발이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단 올해는 팀 선발 로테이션이 어느 정도 차 있는 만큼 불펜에서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유력한 신인상 후보 중 하나로도 뽑히는 정우주가 1군 무대에서 어떤 잠재력과 역량을 보여줄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제 그 막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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