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87승을 목표로 V12 레이스를 펼쳤던 건 아니다…김도영 없어도 꽃범호는 믿는다, 디펜딩챔피언의 저력을[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1강, 심지어 특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2024시즌 V12를 달성한 뒤 ‘통합 2연패’ 혹은 ‘왕조’라는 말은 사실상 금지어로 설정했다. 철저히 도전자의 자세로 2025시즌을 준비했다. 이범호 감독은 틈 날 때마다 절대 쉬운 상대가 없다며 느슨함을 경계한다.
KIA가 내부적으로 결속력과 긴장감을 가져가는 건 고무적이다. 정상은 이루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고, 우승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진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여기에 2010년과 2018년의 아픔을 아킬레스건처럼 여긴다. KIA는 KBO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다. 그러나 간판을 KIA로 바꿔 단 뒤 통합우승 이후 추락이란 아픔을 공유한다.
특히 이범호 감독은 2017~2018년 당시 KIA 선수였다. 말은 하지 않아도 KIA가 왜 추락했는지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었다. 그렇게 프런트와 현장에서 크게 두 가지의 변화를 줬다. 우선 전력보강 및 변화에 적극적이었다. 보통 통합우승을 한 팀은 전력 유지에 방점을 두지만, KIA는 지난 겨울 달랐다.
우선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떠나자 조상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물론 심재학 단장이 결단했지만, 이범호 감독의 맞장구도 있었다. 그리고 하락세의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교체하고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한 것, 윌 크로우 이상의 애덤 올러 영입까지. KIA는 유지가 아닌 변화를 원했다.
또한, 이범호 감독은 주축타자들, 특히 베테랑 타자들에게 페이스를 최대한 천천히 올릴 것을 지시했다. 2010년과 2018년의 경우, 직전 시즌 가장 치열한 혈투를 리그에서 가장 늦게, 오래 치렀음에도 준비과정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주축타자들, 베테랑 투수들이 지난해 쌓인 피로를 충분히 푸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야 다음시즌 경기력 유지, 부상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듯하다. 이 부분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뉴 페이스 발굴에 적극적이다. 마운드에선 신인 김태형에게 관심을 뒀으나 일단 2군 예비전력으로 넘겼다. 이미 많이 젊어졌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괜찮다. 그리고 야수진은 윤도현과 신인 박재현의 1군 정착에 사활을 걸었다. 올 시즌 후 내부 FA 7인방이 나오는 것까지 당연히 감안한 조치다. V12 후 3년 계약을 새롭게 맺은 이범호 감독은 미래까지 내다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김도영이란 특급스타가 개막전부터 허무하게 다쳤다. 왼쪽 햄스트링 그레이드1. 불행 중 다행으로 빠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는 복귀할 듯하다. 이 사건은 전력약화를 버텨야 하는 과제가 있는 반면, 내부 결속력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범호 감독은 눈 앞의 한 경기, 한 경기를 전력으로 치를 계획이다. 긴장감은 갖고 가되, 작년처럼 선수들을 믿고 가겠다는 심정을 표했다. 22일 개막전을 앞두고 시즌 승수 목표에 대해 “144경기, 한 경기의 승리를 목표로 달리고 싶다. 승수는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선수들이 최선의 준비를 할 수 있게끔 얘기해주고 있다. 이긴 경기는 이긴 경기대로 준비하고, 졌을 때는 왜 졌는지 파악해서 내일 경기를 이길 수 있게 준비하는 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 이기고 싶지만, 신경 안 쓰고 잡을 수 있는 경기를 꼭 잡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선수들에 대한 신뢰감이 엿보인다. 그러면서 자신부터 더 냉정해진다. 이범호 감독은 “작년 승수(87승)만 한다고 하면 최고의 시즌이 된다. 작년에 우리 선수들이 그만큼 능력치를 충분히 보여줬다. 그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내가 잘 해야 하는 부분, 코칭스태프가 잘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소한의 실수를 하고 넘어가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 누구나 우승을 위해 달린다. 준비를 잘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라고 했다.
KIA가 작년에도 87승을 목표로, V12를 품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전력이 좋다는 평가는 있었지만, 2017년 통합우승 후 중위권이 익숙했던 팀이다. 그랬던 KIA가 한 경기씩 잘 치르다 보니 V12를 이뤘다. V13 역시 마찬가지다. 김도영이 잠시 빠지지만, 이미 도전자의 자세로 준비를 충실히 해왔다. 개개인이 자신을 믿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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