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선고일, 쌓이는 울화…어떻게 싸울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이번주에도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은 헌법재판소가 19일(수) 중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발표하고, 21일(금)에 선고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헌재는 침묵했다. 울화가 쌓이고 분통이 터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싸움은 아니었다. 우리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다시 마음을 다독이며 광장을 정비해야 한다.
헌재는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현재로선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온갖 평론가들이 저마다 자신있게 예측을 내놓았지만 이제는 말의 뒷꼬리가 흐려진다. 28일 선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헌재는 왜 선고하고 있지 못할까?
선고가 지연되는 이유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은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했다"는 점을 들어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뇌피셜'에 그칠 뿐 또렷한 취재원을 갖고 떠드는 것은 아니다. 관련 쟁점에 대해, 소추 사유의 철회가 아니라 '적용 법조의 일부를 우리는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각하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도 크다. 수차례 변론이 진행된 상태에서 각하를 주장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하지만 어느 한 재판관이 이성을 잃는다면 이 터무니 없는 주장을 고집할 수 있다. 어쨌든 평의가 길어지는 것은 8인의 재판관들 내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탄핵안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 평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애초 한덕수 탄핵소추의 이유가 윤석열의 위헌·위법 계엄에 공모하고 동조했다는 것이고, 이는 윤석열 탄핵의 배경인 내란 행위와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가 충분하진 않다.
평의가 길어지는 이유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추론은 재판관 내부의 견해 충돌이다. 재판관 중 한두 명이 확연하게 각하 또는 기각 입장을 제시하고, 그외에 한두 명이 또렷하게 입장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면, 반드시 파면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결심한 재판관들 입장에서는 평의를 더 끌고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상황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운 한국 사회의 오늘을 반영한다. 여러 평론가들은 헌법재판소가 마치 완전무결하게 법의 합목적성에 따라 소신있는 결정을 내리는 기관이라는 환상을 끌어들여 8대0 결론을 예상했지만, 위기의 시대에는 법의 이념 역시 곤경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큰 변수는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고, 사회를 수호하는 것 역시 풀뿌리에서부터 응집된 평범한 사람들의 단결된 힘과 실천 뿐이다.
여전히 시민들의 실천이 중요하다
계속해서 광장을 지키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일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의제들로 넓혀갈 때에만 우리 사회를 민주주의와 '평등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첫째, 전국 각지의 광장 투쟁 거점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자. 지난 3월 19일 광화문에선 '민주주의 수호의 날'을 정하고, 극우세력 대응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강연회, 민중가요 노래자랑, 리본 행동, 한끼 단식, 이태원 유가족과 함께하는 159배 등 다양한 행동들이 펼쳐졌다. 최근 광주에서는 매일 밤마다 <5.18민주광장에서 책을 읽으며 민주주의를 지키자!> 책읽기 모임이 열리고 있다. 매일 저녁 전국 각지에선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고, 수만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고단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행동이 우리의 투쟁을 확대하는 중요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둘째, 광장의 목소리를 일상으로 확대하자. 나주에 사는 한 주민은 경비노동자와 협의해 아파트 곳곳에 '윤석열을 파면하라' 스티커를 부착했다. 전국방방곡곡 수만 장의 윤석열 파면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고, 동네서점이나 음식점에서도 심심치 않게 시민들 자신을 독려하고 투쟁을 일상으로 확대하는 행동들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별노조 대표자들은 오는 27일 '즉각 파면을 위한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장의 의제를 확대하는 것에 있다. '우선 윤석열부터 탄핵시키고 말하라'는 주장은 언뜻보면 그럴 듯하지만 오히려 광장을 좁히기만 할 뿐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한 요구들을 광장으로 응집시켜 운동을 보다 두텁고 넓게 만드는 것이 광장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극우세력과 다른 우리들의 행동양식이다. 저들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선 승리할 수 없다. 지독하게, 그러나 넓고 두텁게 싸워야 한다.
이 싸움, 언제 끝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광장이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쳐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평론가들은 "21일도 아니면 끝"이라고 떠들었지만, 광장의 시민들은 한 번도 스스로의 마지노선을 정한 적이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리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어떤 결과든 두렵지 않다'는 각오로 단단해지고, 또 넓어지는 것만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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