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방' 아니었어?…"웃돈 2배 줘도 못 사요" 인기 폭발 [이선아의 킬러콘텐츠]
고물가에 '익숙한 브랜드' 선호
추억 속 제품 재해석해 소비 유도
코치 카드 결제액 1년새 82% ↑
잔스포츠, 작년 매출 60% 급등
식품업계도 레트로 제품 소환
농심, 1975년 출시한 라면 내놓고
서울우유는 단종된 제품 되살려
지난달 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층 오픈스테이지에 ‘코치 태비샵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백화점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알짜 공간’의 주인공으로 코치를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치의 대표 제품인 태비백과 브루클린백 등이 인기를 끌어 팝업 기간(2월 21일~3월 3일) 코치 구매 건수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코치, 잔스포츠, 롱샴 등 추억 속으로 사라진 ‘미들급’(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부활하고 있다. 20~30년 전 유행한 베스트셀러 제품을 재해석하는 ‘노스탤지어 마케팅’을 앞세워 기성세대뿐 아니라 MZ세대까지 새로운 고객층으로 사로잡았다. 불황엔 익숙하고 검증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도 이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요인으로 꼽힌다.
○ 기성세대에겐 익숙, MZ에겐 신선
21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백화점의 코치 카드 결제액은 30억9000만원이었다. 1년 전보다 82.1% 급증했다. 2월에도 코치 결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한 21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2~3년 전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코치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0년대 유행하던 디자인의 코치 태비백은 세계적인 레트로 열풍, 고물가 속 가성비 선호 등과 맞물려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업계에선 코치의 부활이 경기 침체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불황 때마다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져 레트로 열풍으로 이어졌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을 때 복고가 유행하는 건 학계에선 상식”이라며 “경영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보다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올드한 이미지’ 탈피에 초점을 맞춘 코치의 마케팅 전략도 부활 배경으로 꼽힌다. 코치는 배우 엘르 패닝, 여성 래퍼 이영지 등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스타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내세웠다.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채널 판매를 늘리고 최근 유행하는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했다. 코치가 최근 마뗑킴과 함께 내놓은 베이스볼 캡과 의류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정상가보다 약 두 배 비싸게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엄마 가방’으로 불리던 코치가 Z세대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가 됐다”고 했다.
○ 식품사도 50년 전 제품 소환
코치의 부활에 힘입어 코치, 케이트 스페이드 등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 태피스트리의 실적도 반등했다. 2025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22억달러를 기록했다. 실적 반등은 코치가 주도했다. 케이트 스페이드와 스튜어트 와이츠먼 매출은 각각 10%, 15% 줄었지만 코치는 11% 증가했다.
코치뿐 아니다. 잔스포츠, 롱샴, 아식스, 아디다스 등 1990년대 유행하던 브랜드가 불황을 뚫고 성장하고 있다. 30년 전 이스트팩과 함께 백팩 브랜드로 이름을 날린 잔스포츠는 지난해 매출이 60% 급증했다. 무신사트레이딩이 국내 유통을 맡은 후 ‘파인트 미니백’ 등 신제품을 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잔스포츠는 지난해 스타필드 수원점·하남점에 이어 올해 잠실 롯데월드몰에도 매장을 열었다. 롱샴은 지난해 미국(27%), 유럽(33%), 한국(93%) 등 세계 각지에서 두 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식품사도 노스탤지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수십 년 전 단종한 제품을 잇달아 소환했다. 올초 농심은 1975년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큰 인기를 끈 ‘농심라면’을 재출시했다. 농심 관계자는 “유튜브에서 농심라면 광고 조회수가 1560만 건에 달하고 출시 직후 일부 마트에서 품절 사태를 빚을 만큼 반응이 좋다”고 했다. 서울우유도 12년 전 단종한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최근 다시 선보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비싸고 새로운 상품보다 가격이 낮고 익숙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 당분간 레트로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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