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계란 투척·폭행·분신까지…“한국 정치, 파멸의 문 앞”

이승은 2025. 3.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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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증오만 남은 탄핵 정국
박상병 “정치적 내전 상태…정치권이 부추겨”
지난 15일 서울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15차 범시민 대행진, 오른쪽은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연 광화문 국민대회.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폭력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분신을 시도하는 등 극단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치인을 향한 신변 위협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백혜련·박민규·이건태·백승아 의원은 20일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도중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던진 날계란에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백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같은 날 저녁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헌재 인근에서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헌재 인근 인도를 지나던 이 의원이 갑자기 다가온 남성에게 우측 허벅지를 가격당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암살 위협을 제보받은 후 지난 18일부터 방탄복을 입고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은 헌재 앞 폭력 사태가 잇따르자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 차벽을 설치해 시야를 차단했다. 또한 추가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헌재 맞은편에서의 시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백주대낮에 공권력을 무시하고 테러를 자행하는 극우 폭도들을 반드시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 역시 “헌재가 극우 세력의 물리적 협박에서 벗어나 오직 정의와 법리에 따라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헌재 주변 질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 폭력 피해주장에 대해 “자작극”이라며 음모설을 키우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테러 위협 제보를 두고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백혜련 의원이 헌재 앞 기자회견 도중 날계란을 맞은 사건과 관련해 “의도된 퍼포먼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 한 명은 20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다 숨졌다. 

폭력 사태에도 여야 간 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1일 ‘이재명 망언집’을 배포하며 민주당 공세에 대응했다. 민주당이 지난 18일 발표한 ‘윤석열 가족·측근 비리 의혹 백서’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도 이에 맞서 오는 24일 ‘윤석열 파면 101가지 이유’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진영 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앞 폭동 이후, 갈수록 심화하는 정치 폭력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치적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전쟁에서는 옳고 그름이 없는 법이다. 지금 상황은 상대를 제거해야 내가 살아남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카르텔 구축을 위해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6%에 달했다.

또한 본지가 지난해 말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결과, 국민 93.7%가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이 대한민국 위기 주된 원인이라는 응답이 73.2%로 가장 높았다.

박 평론가는 “정치적 갈등이 폭력 사태로 번지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 정치가 종말로 다가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미뤄지면서 여야는 이번 주말에도 헌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극우 세력의 폭력적인 언행이 점점 과격해지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지금의 대립이 어디까지 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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