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아프리카 첫 IOC 위원장…‘짐바브웨 수영 영웅’의 기적

박린 2025. 3. 2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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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현 IOC 위원장(오른쪽)과 커스티 코번트리 새 IOC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스포츠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최초의 여성이자 첫 아프리카 출신이 선출됐다. ‘짐바브웨 수영 영웅’ 커스티 코번트리(41)가 유럽과 남성 중심인 IOC의 유리천장을 깼다.

코번트리는 20일(현지시간) 그리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열린 제144차 IOC 총회에서 제10대 위원장으로 뽑혔다. 총 7명의 후보가 참여한 1차 투표에서 97표 중 당선에 필요한 과반인 49표를 얻으며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 경쟁자였던 28표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65·스페인) IOC 부위원장 등을 따돌렸다. 임기는 2033년까지 8년이며, 한 차례 4년 더 연장이 가능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여자 배영 200m에서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코번트리 선수. [AFP=연합뉴스]
코번트리는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여자 배영 200m를 2연패하며 짐바브웨에서 ‘골든 걸’ ‘국보’라 불린다. 올림픽 메달만 7개(금 2, 은 4, 동 1)인데 짐바브웨가 역대 동·하계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8개 중 7개를 그가 획득했다. 2012 런던 올림픽 기간에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뒤 2023년에는 IOC 집행위원에 올랐다. 2018년 9월 짐바브웨 청소년문화스포츠여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번 IOC 위원장 선거는 2013년 토마스 바흐 현 위원장이 뽑힌 뒤 12년 만에 열렸다. 바흐 위원장이 막후에서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IOC 위원장 131년 역사상 여성 수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9명의 IOC 위원장 모두 남성이었으며, 8명이 유럽 출신이고 1명만 미국 출신이었다. 코번트리는 매니저였던 타이런 시워드와 2013년 결혼해 두 명의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IOC 조직 내에서 첫 여성이자 첫 아프리카 출신 위원장이 탄생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로이터 통신은 “올림픽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코번트리 위원장도 IOC가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것은 정말 강력한 신호다. 우리는 진정으로 글로벌화하고 있으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8년 동안 그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IOC와 올림픽이 오랜 세월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올림픽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우리가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라며 “오늘날 세계가 매우 분열된 상황에서 올림픽은 인류의 선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플랫폼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도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번트리 당선인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스포츠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젠더 문제, 러시아의 올림픽 복귀 로드맵 설정 등도 숙제다. 한국의 전북이 도전장을 낸 2036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코번트리 위원장 당선인이 주도하는 IOC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IOC는 이번 총회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명예위원으로 추대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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