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 작은 게 설마?”…‘이것’ 먹어서 3~6cm 덜 컸다

단 음식 섭취, 성장 호르몬 농도 급격하게 낮아져
평균 3cm에서 최대 6.4cm까지 예상 키보다 줄어
인슐린 과도하게 늘면 성장판 조기에 닫힐 가능성

성장기 아이들이 설탕이 들어간 단 음식을 섭취하면, 혈중 성장 호르몬 농도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21일(현지시간) 대만 매체 ET투데이에 따르면 대만의 소아내분비과 전문의 왕루팅(王律婷)은 “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며 “설탕 과다 섭취는 성장 호르몬을 억제하고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술지 ‘신경내분비학(Neuroendocrin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인체가 설탕을 섭취한 후 약 2~3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혈중 성장 호르몬 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197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높은 그룹의 최종 성인 신장이 예상보다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균 약 3cm에서 최대 6.4cm까지 예상 키보다 줄어들었다.

왕루팅은 “아이에게 체중 1kg당 1.75g의 포도당을 경구 투여한 뒤 특정 시간 내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당분 섭취 후 2~3시간 안에 성장 호르몬 농도가 급격히 감소하며 심지어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당분 식단이 어린이의 정상적인 성장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단 음식을 선호하는 어린이는 인슐린 농도가 조기에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의 생체 이용률을 높여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인슐린과 성장 호르몬은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한다”며 “인슐린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성장 호르몬이 억제될 뿐만 아니라 성장판이 조기에 닫힐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왕루팅은 “4세 이상의 어린이는 연간 평균 4~6cm의 키가 자라며, 사춘기에는 연간 8~14cm까지 성장할 수 있다”면서 “만약 1년 동안 4cm 미만으로 자라거나 신장 백분위 수가 3% 미만이라면 내분비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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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자녀가 또래보다 2차 성징이 빠르게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우려하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래보다 너무 빠른 성장 속도를 방치하면 성장 곡선이 망가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19년 10만 8575명에서 2023년 18만 6726명으로 5년 새 약 70% 이상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병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질환으로, 사춘기 호르몬 축이 이른 시기에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8~13세, 남아는 만 9~14세 사이에 사춘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키 성장 속도가 또래보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만 8세 이전 여아의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거나, 만 9세 이전 남아의 고환 크기가 증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소아 비만 △내분비계 교란 물질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고지방·고칼로리 음식 섭취 증가와 플라스틱 제품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모나 가족 중 사춘기가 빨랐던 사람이 있다면 유전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춘기 지연 치료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약간 이른 사춘기이거나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에는 불필요한 치료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진성 성조숙증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조기에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또래와 비슷한 시기에 사춘기를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예상 성인 키 손실을 최소화하여 심리적인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