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에어로 3조6천억 증자…‘모호한 투자 정보’에 주가 13% 급락

전슬기 기자 2025. 3.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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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조달한 3조6천억원의 자금 중 67%를 국외 생산 기지 구축에 쓸 계획이다.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날 밝힌 투자 계획을 보면, 유상증자로 조달한 총 3조6천억원 가운데 67%인 2조4천억원은 해외 방산·조선업 투자에 쓰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동유럽,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에 현지 생산 기지를 점차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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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 본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역대급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조달한 3조6천억원의 자금 중 67%를 국외 생산 기지 구축에 쓸 계획이다. 주요 방산·조선업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유럽, 중동 등이 현지 생산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자본시장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향후 구체적인 투자 정보가 공개되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날 밝힌 투자 계획을 보면, 유상증자로 조달한 총 3조6천억원 가운데 67%인 2조4천억원은 해외 방산·조선업 투자에 쓰인다. 구체적으로 해외 방산 생산 능력 확보에 1조원, 해외 방산 합작법인(JV) 지분투자에 6천억원이 투입된다. 해외 조선업체 지분투자에 들어가는 자금도 8천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외 거점 확보에 나선 건 주요 국가들이 현지 생산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역내 조달을 우선 목표로 내걸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바이 유러피안’ 전략을 중심으로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면서 “유럽산 부품이 65% 이상이어야 하고, 유럽 소유 회사가 아니더라도 유럽 내에 생산 시설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필수 조건을 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국방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군수의 50%를 자국에서 조달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이는 국내에서 무기를 생산해 수출하는 사업 전략에 한계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동유럽,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에 현지 생산 기지를 점차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호주에는 자주포·장갑차 생산공장(H-ACE)이 완공돼 있다. 국내 방산업체가 국외에 만든 첫 현지 생산법인이다.

조선업도 미국 내 현지 생산이 중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와 함정 건조 등과 관련해 한국과의 협력을 꾀하고 있다. 현재 미국 함정은 자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가 가능하다. 미국 의회가 동맹국에서도 건조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전까지는 미국 내 조선소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 한화그룹은 지난 17일 호주 현지 법인(AA No.1 PTY LTD)을 통해 미국 내 조선소를 갖고 있는 호주 조선·방위산업 업체인 오스탈의 지분을 사들인 상태다.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이 관련 인수에 추가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또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개조 작업에도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해외 거점 확보에 대해 구체적인 투자 정보가 향후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 여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지분 투자 대상과 예상 효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지분 투자 대상 관련 추가 정보 공개까지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보고서에서 “해외 생산 능력 확보와 합작법인 투자 등에 여러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당연히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투자가 3년 내외에 집중되기에 빠르게 윤곽이 드러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보다 13.02%(9만4000원) 떨어진 62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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