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퇴직·직역연금 연계 ‘다층’ 구조개혁 시급”

권도경 기자 2025. 3.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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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연금 추가개혁’ 제언
“국민연금 단일제도 설계론
노후 소득보장 한계 인정해야”
“소득하위 70%이하 기초연금
대상은 줄이고 금액은 올려야”
“자동조정장치로 모수 조율
정치적 영향 받지 않아 필수”

국민연금 개혁이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성사됐지만, 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연금 운용 체계의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제언했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 연금개혁이 단행되면서 국민연금 소진 연도는 15년 늦춰져 2071년까지 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연금 지속 가능성을 위한 난제는 산적해 있다. 연금정책 전문가들은 최근 기대여명이 늘어났고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악화된 만큼 국민연금을 기초연금·퇴직연금 등과 연계해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재정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재정안정화장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를 비롯해 군인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설계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21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조개혁을 해야만 진정한 연금개혁이 된다”며 “구조개혁은 다층구조화인데,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국민연금 구조(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연금부채가 총 2231조 원이 쌓이자 여야는 모수개혁을 통해 일단 시간을 벌었다.

우선 국민연금 도입 당시보다 기대여명이 늘어났고, 빈부 격차가 심해져 은퇴자 계층이 달라진 만큼 기초연금 등과 연계한 ‘다층 연금’ 설계를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연금 보장성을 논의할 때 가장 큰 한계점이 국민연금(평균 소득자 기준)만으로 급여 적정성을 따지는 것인데 지금 현실과는 동떨어진 접근법”이라며 “국민연금 단일제도로만 설계하면 노후 소득 보장이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장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노후소득 보장이 가장 절실한 하위계층 노인들을 위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은 줄이고, 금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이하에게 월 최대 34만 원(올해 기준연금액)씩 정액급여로 주는데 가파른 고령화 탓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신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 이하에서 점진적으로 줄이고 금액을 늘려 두텁게 지원하자는 것이다.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직역연금 개혁도 핵심 의제로 봤다. 공무원연금 적립금은 이미 고갈됐지만 고령화 탓에 퇴직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서 국고 지원금은 올해만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군인연금도 지난 1977년 기금이 고갈돼 정부가 50여 년가량 재정을 투입 중이다. 사학연금 적립금도 2040년대 후반이면 소진돼 국고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공무원·군인연금 부채만 1200조 원이 넘었다”며 “연금 관리를 통합하는 방안으로 운영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의 경우 민간기업과 퇴직금을 비슷하게 조정한 후 연금은 똑같이 받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도입이 불발된 자동조정장치도 연금특위가 다뤄야 할 중요한 의제라고 꼽았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고 기대수명이 늘 때마다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제도다. 매번 연금개혁을 하지 않고도 연금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당은 모수개혁만으로는 연금 재정을 안정시킬 수 없어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연금을 자동 삭감시킬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윤 연구위원은 “연금제도는 출생률, 연금 수급 기간 등 변수로는 지속불가능한 측면이 있는데 자동조정장치는 이 같은 불안정성을 보완해준다”며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자동조정장치는 탈정치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모수개혁을 통해 매번 수치를 조정하지 않고, 일종의 ‘공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며 “구조개혁을 하면서 불완전한 모수개혁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자동조정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도경·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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