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알레르기 비염, 방치땐 축농증·중이염까지 유발

김태열 2025. 3. 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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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환자, 연 700만명 이상 병원 찾아
부모가 질환 있으면 유전 가능성 높아
감기와 증상 비슷하지만 열 나지 않아
침구류 자주 세탁하고 햇볕에 말려야
알레르기 비염은 맑고 묽은 콧물이 지속되며 눈과 코 주위의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 감기와 달리 열이 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봄만 시작되면 봄꽃과 따뜻한 바람을 느낄 새도 없이 재채기·콧물·가려움증을 동반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다.

국내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743만여 명이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료를 받는 등 연간 700만 명 이상이 병원을 찾는다. 특히 20~30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데, 최근에는 노인층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슬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공기 오염이 심해지는 데다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증가, 기후 변화 등이 알레르기 비염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안타깝게도 알레르기 비염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참고 방치하기에는 너무나 괴로운 이 질환의 원인·치료법·예방법을 알아봤다.

감기-알레르기 비염, 어떻게 다를까

알레르기 비염은 면역체계가 특정 물질에 과민 반응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곰팡이 등이 꼽힌다. 이러한 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히스타민이 분비되면서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가려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도시에서는 대기오염, 스트레스, 생활 방식 등의 요인으로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또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자녀에게도 발병할 확률이 높다.

이 교수는 “환절기가 되면 급격한 기온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다양한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며 “특히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기온 변화, 담배 연기, 실내 오염물질, 스트레스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자녀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약 50%에 달한다”며 “부모 모두가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으면 약 75%로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종종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고 인후통, 기침, 미열 등이 동반된다. 콧물도 끈적한 경우가 많고, 보통 7~10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알레르겐(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에 노출될 때마다 증상이 반복되고, 맑고 묽은 콧물이 지속되며 눈과 코 주위의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 또 감기와 달리 열이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대부분은 코가 불편해 내원하게 된다. 실제 대부분 코의 구조적 이상, 즉 콧살이 부어 있거나, 코 가운데 뼈가 휘어 있거나, 축농증이 있거나, 코에 물혹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을 단지 코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되고, 코의 구조적 교정과 근본적인 알레르기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좋은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3배 정도 천식 발생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지 않는 경우에도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 외에도 축농증·중이염의 발병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축농증 환자의 40%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다. 축농증 환자에서 중이염은 많게는 90%까지도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외출 후엔 샤워로 알레르겐 제거해야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법에는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 ▷비강 세척 등이 있다. 먼저 회피요법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꽃가루가 많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집먼지진드기를 줄이기 위해 침구류를 자주 세탁하는 식이다. 약물요법은 항히스타민제, 항울혈제,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 항류코트리엔제 등이 사용되고,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요법은 원인 알레르겐을 소량부터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요법은 주로 코막힘이 심한 환자들에게 시행되는데, 레이저나 코블레이터를 이용한 치료법이 있다. 비강 세척은 식염수를 이용해 비강을 세척해 코 속의 점액과 알레르겐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를 활용한다. 외출 후에는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해 알레르겐을 제거해야 한다. 침구류를 자주 세탁하고 햇볕에 말리는 것이 좋다. 꽃가루가 심할 때에는 외출 시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하고, 인스턴트 음식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충분히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자신의 알레르기 원인을 파악하고, 생활 속에서 이를 피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태열 건강의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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