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정상, 병원에선 고혈압?..."정확한 진단으로 관리해야" [인터뷰]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낮에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혈관이 수축하게 되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고혈압 환자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혈압 관리의 기본은 정확한 측정과 자신의 혈압 패턴을 이해하고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내과 전문의 이근만 원장(연세믿음내과의원)과 함께 올바른 혈압 측정의 방법부터 백의 고혈압, 가면 고혈압과 같은 개념들까지, 고혈압 환자가 꼭 알아야 할 혈압 관리 팁에 대해 살펴본다. 

Q. 날씨는 혈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겨울철이나 환절기에는 혈압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심혈관계 위험도 함께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왜 이 시기에 혈압이 상승할까요? 그 이유는 첫째,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심박수와 혈액 점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온이 낮아지면 야외 활동이 줄고 신체 활동량이 감소해 운동 부족이나 체중 증가로 이어지며, 이것 역시 혈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일조 시간이 줄어들면서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 있고, 이 역시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이처럼 날씨 변화는 혈압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Q. 혈압 측정을 할 때 꼭 지켜야 할 원칙이나 주의 사항이 있을까요?
혈압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올바른 방법으로 측정하고, 자주 측정하며, 결과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측정 전에는 최소 5분 이상 조용히 앉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측정 30분 이내에는 흡연, 커피 섭취, 운동 등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측정 시에는 등을 곧게 세우고 두 발은 바닥에 붙인 자세로 앉은 상태에서 측정하며, 혈압계의 커프는 팔꿈치 위 2~3cm 부위에 감아 심장과 같은 높이가 되도록 합니다. 혈압은 일정한 시간에, 양쪽 팔 모두에서 최소 두 번 이상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측정된 혈압을 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측정된 결과를 바탕으로 혈압의 변동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기록을 토대로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합니다.

Q. 병원에서는 혈압이 높게 측정이 되지만 일상에서는 정상 범위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할까요? 또 정확한 혈압측정 방법이 있을까요?
병원이나 진료실에서만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현상을 '백의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이는 낯선 의료 환경이나 의료진 앞에서 긴장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실제로는 고혈압이 아니지만, 진료실 혈압 수치만을 기준으로 고혈압으로 진단될 경우 불필요한 치료가 시작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다 정확한 혈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정 혈압 측정 또는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이 도움이 됩니다. 가정 혈압 측정은 집에서 사용하는 혈압기를 통해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 그리고 자기 전 1시간 이내에 혈압을 양쪽 팔에서 2회 이상 측정한 뒤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은 혈압 측정 장비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동으로 혈압이 기록되는 방법으로, 주간과 야간의 혈압 패턴은 물론 백의 고혈압 여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장비 착용의 불편함은 있지만 보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정 혈압 측정을 통해 백의 고혈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Q. 반대로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혈압이 높은 경우도 있나요?
병원에서는 혈압이 정상이지만 일상에서는 높게 유지되는 경우, 이를 '가면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백의 고혈압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진료실에서는 혈압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혈압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되면 혈관 손상이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특히 젊고 활동적인 사람들은 병원에서는 긴장이 풀린 상태로 혈압이 낮게 나오지만, 일상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나 육체 활동 등으로 인해 혈압이 높게 유지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군이나, 운동 선수처럼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흔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면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가정 혈압 측정이나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최근에는 병원 방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CART BP 같은 디지털 장비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런 장비들이 고혈압 관리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CART BP는 반지 형태로 착용할 수 있는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 장비로, 사용이 매우 간편합니다. 과거에는 혈압 측정에 사용되는 커프를 팔에 감고 하루 종일 생활해야 해 불편함이 컸고, 특히 밤에는 혈압 측정 때문에 여러 번 잠에서 깨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CART BP는 단순한 반지 형태로, 착용만 하고 있으면 24시간 동안 혈압이 자동으로 측정이 되어 부담이 적습니다.

이러한 장비를 통해 백의 고혈압이나 가면 고혈압 같은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수면 중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야간 고혈압, 또는 반대로 과도하게 떨어지는 야간 저혈압 등의 패턴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웰체크'와 같은 앱과 연동해 측정된 혈압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이를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어 환자 맞춤형 치료와 원격 의료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연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 사용법이 간단하다는 점, 그리고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과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혈압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혈압 측정과 기록에 참여하게 되면서 질환 관리에 대한 주도성과 동기 부여가 생기고, 의료진에게도 보다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치료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CART BP 장비를 이용해 실제 고혈압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었던 사례가 있을까요?
세 가지 사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혈압 변동을 확인하고자 내원한 분으로, 평소 혈압은 정상이었지만 CART BP 측정 결과 밤에 잠을 잘 때는 혈압이 떨어지고 아침에 다시 상승하는 정상적인 혈압 패턴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두 번째는 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로 밤 동안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익스트림 디퍼(Extreme Dipper) 양상이 관찰되어, 혈압약을 감량한 경우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수면 중 혈압이 오히려 상승하는 라이저(Riser) 유형의 환자로, 40대 남성이었으며 복부 비만과 수면무호흡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CART BP를 통해 이 같은 패턴을 파악한 뒤, 체중 감량과 수면무호흡 치료를 권고했습니다.

Q. 고혈압 환자분들께 꼭 강조하고 싶은 생활 관리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환자분들에게 '한 가지씩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고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 같은 생활 습관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퇴근이 늦어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외식을 줄이기보다 늦은 야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조드리고 싶은 건, 할 수 있는 한 가지부터 시작하자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면이 충분하지 않다면 자는 시간만이라도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운동이 어렵다면 하루 10분 맨손 체조부터, 혈압 측정이 번거롭다면 주말에 단 한 번이라도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작은 실천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결국 고혈압을 잘 관리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기노홍 하이닥 인턴기자 hidoceditor@mcircle.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