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에 진심'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공교육안에서 아이들 맘껏 운동하게 해야죠!"[창간35주년X스페셜인터뷰]
"미국, 일본처럼 공교육 안에서 일반학생들에게 스포츠를 제대로 가르쳐야죠."
'대한민국 스포츠 리더'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43)이 '학교체육 활성화' 관련 질문에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두 아들이 유소년 축구선수인 유 회장은 학교체육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최근 LA출장중 직접 찍었다는 휴대폰 영상을 꺼내보였다. "오바마재단이 지원하는 '미식축구' 학교 수업인데 한번 보세요. 프로처럼 하죠? 일반학생들이에요. 방과후 의무적으로 1시간씩 종목을 선택해서 운동해요. 우리도 이렇게 공교육 안에서 학생 누구나 스포츠 한 종목은 제대로 배우고 졸업해야죠." 지난 11일 대한체육회 집무실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 창간 35주년 인터뷰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1시간 넘게 학교체육, 지방체육, 전문체육 현안 전반에 걸친 소신과 철학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한체육회 입성 10일차라고 믿기 힘든, '35년 체육인'의 체화된 내공이었다. 박재호 스포츠조선 편집국장이 유 회장을 만나 1시간여 동안 인터뷰했다.
▶학교체육 '제대로' 활성화
학교체육 활성화는 후보 시절 유 회장의 최우선 공약 중 하나다. IOC위원 때부터 최저학력제 등 현안에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 유 회장은 "우리 학교체육은 학생선수의 운동부도 등한시하고, 일반학생들의 스포츠 활동도 안이하게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미국, 일본처럼 학교에서 누구나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고 배울 환경은 안 만들어주면서, '최저학력제' 같은 규제만 따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운동 잘 하면 하버드대도 갈 수 있다. 우린 체육특기자가 서울대 주요학과를 갈 수가 없다.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자발적 동기부여를 이끄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체육교과가 분리됐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 종목을 가르치는 '1교1기'를 실행할 때다.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생활체육, 전문체육도 절로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학생선수들의 꿈과 전문성도 존중받아야 한다. 원하는 운동을 맘껏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유 회장은 이미 공약 이행에 착수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공감대를 이뤘다. 서울시, 인천시교육감도 곧 만날 것"이라면서 "각 교육청과 함께 학교체육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다. 지방체육회와 교육청의 협업 구도를 구축할 것이다. 한번에 다 해결은 힘들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리더 중용의 메시지
유 회장은 임기 시작과 함께 체육회 조직 인사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여자스키 레전드' 김나미 사무총장 선임은 신선한 파격이었다. 대한체육회 10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다. 유 회장은 "첫 인사의 메시지는 전문성, 효율성, 여성"이라고 요약했다. IOC위원 출신답게 국제적 흐름,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았다. "IOC는 여성위원 비율을 2013년 23%에서 10년 만에 43%로 끌어올렸다. 파리올림픽 남녀 선수 비율도 50대50이다"라면서 "김 총장 선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이라고 했다. "체육회 여성 간부 비율이 33.3%다. 이사회 여성임원도 30% 이상이 목표"라면서 "여성위원회도 이름부터 바꿀 것이다. 여성만 몰아넣는 형식적 위원회가 아니라 양성평등, 포용 개념의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여성 파워가 엄청나지만 행정, 지도자 측면에선 여전히 약하다. 체육계의 뛰어난 여성 인재들이 대접을 못받았다. 소외되고 약한 부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산적한 현안과 해법
공식 임기를 시작한 지 2주, 40대 스포츠 수장의 눈에 비친 대한체육회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유 회장은 "딱딱했다. 분위기도 '다운'돼 있었다. 정부와 갈등 속에 직원들이 소극적으로 변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유 회장은 친화력으로 직원 소통 행보를 시작했다. 부장급 이상에겐 영문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 '깜짝' 선물로 마음을 전했다. 인사총무부를 통해 전직원 생일 리스트도 확보했다. 유 회장은 "오늘은 선수촌 조리사님 등 두 분이 생일이라 메시지와 커피 쿠폰을 보냈다"면서 "나부터 먼저 다가가는 소통의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5월엔 진천선수촌에 직원 가족도 초대할 것이다. 아빠, 엄마가 얼마나 멋진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280명 직원 각자가 애사심, 자긍심을 갖고 헌신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긍정과 소통 에너지를 장착한 유 회장 앞엔 장흥체육인재개발원 개원,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존치, 대한축구협회장 인준, 전북올림픽 유치 지원 등의 현안이 산적했다. 유 회장은 "장흥체육인재개발원은 올해부터 관리비가 나가는데 예산이 없다. 최소 27억원은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오기 전 진행된 일이지만 체육인 교육을 위한 일인데 운영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존치 여부도 당면과제다. 철거를 전제로 진행된 지자체 공모도 중단된 상황이다. 유 회장은 "태릉(경기장)은 존치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유네스코의 철거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 부분이 확정돼야 대체시설 논의도 진행된다. 대체시설과 무관하게 태릉스케이팅장은 필요하다"고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인준과 관련해 유 회장은 "일단 원칙과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절차적 보완은 필요하다. 원칙과 규정이 여론에 휩쓸릴 순 없지만, 국민과 호흡하면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 회장은 국민체육진흥기금 배분과 관련 "체육계 자생을 위해 체육계가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유 회장은 내달 8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초청으로 스위스 로잔을 찾는다. IOC위원 임기가 만료됐지만 여전히 LA2028 조정위 등 6개 분과에서 활동 중이다. IOC 위원 재입성 가능성에 대해 유 회장은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체육인들에게 바란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전 회장을 '38표차'로 따돌린 유 회장의 기적 당선을 이끈 저력은 체육인이다. 체육인들을 향한 유 회장의 믿음 역시 확고하다. "체육인들은 환희의 중심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논란의 중심이 된다. 체육인들을 보는 사회의 잣대가 엄격하다. 엄격한 잣대만큼 우리 사회가 체육과 체육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체육회가 잘되려면 정계, 재계, 체육계 세 부문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정부 정책과 결을 맞추면서 재계를 통해 자체 수익을 늘려나가겠다. 후원사도 열심히 만나고 있다. 재정자립이 이뤄져야만 체육단체 자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동안 체육인 결속에 힘을 쏟겠다. 우리는 체육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앞장서서 몸이 부서져라 뛸 테니 뒤에서 끈끈하게 하나로 결속해달라. 체육인이 뭉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박재호 편집국장, 정리=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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