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전멸' 토종 개막 선발, 韓 야구 차가운 현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5. 3. 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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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토종 좌완 에이스 류현진. 한화


올해 프로야구 개막전 선발 투수는 모두 외국인이다. 토종 선발은 전멸이다. 팀 사정에 따른 결정이지만 에이스급 토종 투수가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20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미디어 데이 & 팬 페스트'에서 22일 개막전 선발 투수를 발표했다. '괴물' 류현진을 보유한 한화도 코디 폰세를 kt와 원정 개막전 선발로 세웠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이 현재 컨디션은 좋지만 나이가 적지 않으니까 아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1987년생인 류현진은 메이저 리그(MLB)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는 개막전 선발로 나선 바 있다.

류현진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군림했다. 2006년 데뷔와 함께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23 204탈삼진으로 다승, ERA, 탈삼진 등 3관왕에 등극했다. KBO 리그 최초로 신인왕과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를 석권했다.

이에 류현진은 이듬해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다. 2008, 2009, 2011, 201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투수를 능가하는 에이스였다. 다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류현진은 역대 개막전에서 1승 4패를 거뒀고, 팀도 1승 1무 4패에 머물렀다.

시작이 반이라고 시즌의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구단으로서는 가장 강한 투수를 개막전 선발로 내세워야 한다. 폰세는 시범 경기에서 시속 155km의 빠른 공으로 2경기 2승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이에 맞서는 kt는 지난해 키움에서 뛴 좌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로 맞불을 놓는다. 헤이수스는 지난해 13승 11패, ERA 3.68을 기록했는데 한화를 상대로 5경기 2승 1패, ERA 3.00을 찍었다.

다른 개막전들도 마찬가지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광주 공식 개막전에서 지난해 ERA 1위(2.53) 제임스 네일을, NC는 로건 앨런을 선발 투수로 세운다. SSG 드루 앤더슨-두산 콜 어빈(인천), LG 요니 치리노스-롯데 찰리 반즈(잠실), 삼성 아리엘 후라도-키움 케니 로젠버그(대구) 등의 선발 카드다.

SSG 김광현이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 이번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전에서 한국 선발 투수가 전무했던 시즌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개막전에 나섰던 1988년생 SSG 김광현도 올해는 23일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그만큼 에이스급 토종 선발 투수가 귀하다는 방증이다. 한국 야구는 류현진, 김광현, KIA 양현종 이른바 '박찬호 키즈' 투수 등을 앞세워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들을 이을 후배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원태인(삼성), 곽빈(두산)이 지난해 15승으로 2017년 양현종(20승) 이후 7년 만에 토종 다승왕에 올랐지만 확실한 팀 1선발이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원태인은 부상 회복 중이나 완쾌했어도 개막전 선발로 나서기는 어려웠을 터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대표팀이 선발 투수 부족으로 고전했던 이유다. 

반면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이상 LA 다저스),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등 에이스급 선발 투수가 즐비하다. 특히 야마모토, 이마나가, 기쿠치는 메이저 리그(MLB) 개막전 선발로 나섰거나 등판할 예정이다. 물론 야마모토, 이마나가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등판한 점을 감안해도 각각 5이닝 1실점, 4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두터운 선수층에서 꾸준히 에이스급 투수들이 나오고 있다.

시범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키움 좌완 정현우. 키움

다만 한국 야구도 좋은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차세대 에이스 '160km의 사나이' 문동주, 김서현과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신인 정우주(이상 한화)를 비롯해 시범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좌완 신인 정현우, 150km를 넘는 공을 던지는 삼성 좌완 신인 배찬승 등이다. 키움 우완 안우진도 군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양해영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예전에는 에이스급 투수들이 고교 야구에서 성적을 위해 혹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류현진 역시 동산고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양 회장은 "그러나 고교 야구에 투구 수 제한이 도입되면서 선수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근 프로에 입단한 투수들은 어깨가 건강하고 싱싱한 상태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때문에 이런 투수들이 조금만 더 경험을 쌓는다면 에이스급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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