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도 백승호도 못 지키고… 안방서 ‘오만 쇼크’

북중미 월드컵 亞 3차 예선 7차전
홍명보호, 졸전 끝에 1-1 무승부
전반 41분 이강인 도움, 황희찬 골
후반 35분 실점하며 승부 원점으로
주축 이강인·백승호 부상으로 교체
25일 요르단전 선발 출전 어려울 듯

한국 축구대표팀이 졸전을 펼쳤다.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는 오만과 무승부를 기록하면서다. 이로써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기진출 확정을 안방에서 확정하려던 대표팀 계획에는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결과보다 뼈아팠던 건 이 경기에서 백승호(버밍엄시티)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부상으로 교체됐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들의 공백 속에 요르단전을 치러야 할 위기에 몰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7차전에서 오만과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대표팀은 4승3무 무패(승점 15)를 기록하게 됐다. 대표팀은 이 경기와 이어 열리는 요르단전에서 승리하면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조기 확정할 수 있었다.

쓰러진 이강인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강인(오른쪽 아래)이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7차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후반 35분 동점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동료들이 이강인 주위로 몰려들어 걱정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는 심란했다. ‘철기둥’ 김민재(뮌헨)가 부상으로 빠지며 수비에 공백이 생긴 가운데 ‘중원의 황태자’ 황인범(페예노르트)까지 이날 뛰지 못하는 상태가 돼서다.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김민재가 부상을 당하자 뮌헨을 향해 선수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비난했지만, 자신 역시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황인범을 무리하게 발탁하면서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황인범 자리는 백승호가 박용우(알아인)와 호흡을 맞춰 채우게 됐다. 이재성(마인츠)는 공격 2선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최전방에는 주민규(대전)가 섰고 좌우측엔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이 자리했다.

전반 초반부터 답답했다.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갈 선수가 부족했다. 공격은 왼쪽과 오른쪽 날개를 활용했지만 중앙에서는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강인도 벤치에서 대기하면서 대표팀에서 흐름을 조율하며 경기를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13분을 남기고는 백승호가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를 맞았다. 백승호는 이강인과 교체됐다. 김민재가 없는 상황에서 백승호까지 자리를 비우자 대표팀 수비는 곧바로 오만에 이날 경기 첫 유효슈팅을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이강인이 들어오면서 공격은 활로를 찾았다. 위기를 맞은 듯했던 한국은 전반 41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강인이 센터서클 앞쪽에서 정면에 있는 황희찬에게 공을 찔러줬다. 좁은 공간을 뚫고 페널박스 안까지 들어온 이 공을 황희찬이 받아 침착하게 왼발슛을 터트리며 오만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9월 오만 원정에서도 골맛을 봤던 황희찬은 이날 경기에서도 득점력을 과시하며 ‘오만킬러’ 위용을 뽐냈다. 70번째 A매치에 나선 황희찬은 이번 골로 16호 골을 기록하게 됐다. 이강인은 경기 투입 3분만에 어시스트를 적립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전반 단 1개의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했던 한국은 후반 주민규 대신 오세훈(마치다 제비아)을 투입했다. 후반부터 대표팀 공격력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후반 4분 오세훈 헤더와 후반 5분 손흥민 중거리슛은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오만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승점이 간절했던 오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만은 후반 35분 오만 무흐센 알 가사니 어시스트를 받은 알리 알 부사이디가 페널디 박스 밖에서 왼발슛을 터트리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이 쓰러졌다. 이강인은 일어나지 못한 채 선수단 관계자에게 업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과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대표팀은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대표팀의 남은 두 경기 상대는 이라크와 쿠웨이트다. 하지만 요르단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 만나 1무1패를 기록한 바 있어 방심할 수 없다.

고양=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