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재용 만나 “삼성 잘 돼서 많은 사람이 과실 누리길”
비공개 자리서 ‘공공외교’ 공감…반도체법 언급 안 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국민과 나누는 국부펀드 구상도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기업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중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에서 진행된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 회장을 만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난 것은 2021년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비공개 식사를 한 이후 4년여 만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방문을 환영하며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단순히 사회공헌을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SSAFY를) 끌고 왔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삼성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또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함께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확실하게 열어가길 기대한다”며 “모두를 위한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10여분간의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표는 정부,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공공외교’를 펼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 측은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변화한 통상환경 등이 논의의 배경이 됐다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국회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과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조 수석대변인은 “반도체특별법은 고시 개정을 통해 하겠다고 정부도 방침을 정해 어느 정도 정리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인 SSAFY 교육생들과의 간담회에 이 회장과 함께 참석한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성장 정책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정부 지원에 그쳤다면 (이제) 정부 영역에서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투자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삼성에서 잘하고 있는데 하나의 대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가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함께하고 과실도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최근 언급한 ‘한국판 엔비디아’, 국부펀드 구상을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청년 실업과 관련해선 “정치도 많이 변해야 한다”며 “싸우는 와중에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고, 조금씩 성과가 있다. 정치판을 보며 좌절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 회장과 만난 건 중도보수층 공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와 연쇄 회동했다. 지난달 현대차 아산공장 방문 당시에는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워낙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 이 대표와 이 회장이 만나서 머리를 맞대는 그림 자체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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