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빈자리도 PA에 내줬는데…의대생 빈자리, 편입생으로 메꿀까
전국 의과대학 총장들이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반려 처리하기로 한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돌아오려 하지 않자 의대생 1만여명 유급·제적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심각성을 느낀 일부 의대는 의대생의 빈자리를 편입 전형으로 메꿀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정부 일각에선 간호대 졸업생에게 의대 본과 2·3학년으로 편입하는 방안까지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정 간 대치 국면이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0일 의료계·교육계에 따르면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은 전날 긴급 온라인 회의를 열고, 현재 제출된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오는 21일까지 반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이 휴학을 승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수업을 계속 거부하면 집단 유급·제적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총협은 유급·제적 등 학칙상 사유가 발생하면 원칙대로 처리하고, 2025학년도는 개별 (단과) 대학의 학칙을 의과대학에도 동일하게 엄격히 적용하는 사항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학칙에 따라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에 장기간 참여하지 않으면 '유급', 등록금조차 내지 않으면 '제적' 처리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만명이 넘는 의대생을 제적시킨다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가 남아있겠는가"라며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선배 의사들이 책임지고 이 문제를 풀 테니 학생들은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건 올바른 처사가 아니"라고 입장을 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대생 제적은 지난해 전공의 사직 사태와 무게가 또 다르다"면서 "만약 의대생 대규모 제적이 현실화하면 의료의 미래인 의대생을 보호하는 데 의협이 앞장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는 예과 1~2년, 본과 1~4년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인 편입전형 절차에 따르면 타과 또는 타대학 재학생·졸업생이 의대로 편입하면 본과 1학년으로 입학한다. 예과는 교양수업 위주라는 점에서 타 대학에서 받은 교양수업을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그간 의대에선 이탈자 자체가 극히 적어, 의대 편입전형을 아예 진행하지 않거나 1~2명 뽑는 데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의대생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의료 공백 사태를 대비해, 정부 일각에선 간호대학 졸업생을 의대 본과 1학년이 아닌, 2·3학년으로 편입하는 안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대학들이 의대생들을 실제로 유급·제적을 할지 여부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휴학 의대생 1만여명이 속한 6개 학년을 모두 제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긴다고 전해진다. 6개 학년을 모두 제적하면 의료인 수급에 차질을 넘어 의료 시스템이 무너질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지난해 각 대학의 구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에 대한 유급·제적이 실제로 이뤄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예과 1학년 재적생(재학생+휴학생) 가운데 유급·제적된 학생 비중은 14.9%에 달했다. 의예과 1학년 과정이 없는 차의과학대를 제외한 39개 의과대학 학생 3111명 가운데 464명이 유급·제적됐다. 유급 처리한 대학 수는 7개 대한 153명이었으며, 제적 대학 수는 39개 대학 311명이었다.
이에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대생 달래기에 나섰다. KAMC는 등록금을 내지 않아 제적 위기에 처한 휴학생들을 향해 "'미등록'과 관련된 규정이 대학마다 다른 만큼 학생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 대학 당국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등록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호소했다.
이미 상급종합병원 내 사직 전공의들의 빈자리는 진료지원간호사(PA)들로 채워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빈자리를 타과 학생과 간호대 졸업생으로 채우는 방안을 대학과 정부가 고심하자, 한의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의사들은 "의과 75%를 이미 배운 한의사들을 의대 2년 교육 후 의사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당장 하루 남은 복귀 시한을 앞두고 제적이나 유급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부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 분위기도 감지된다. 21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제적 예정 통지서를 발송한다고 공지한 연세대 의대생 A 씨는 "진짜 이러다가 제적당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며 "선배들은 면허라도 있지 너무 지친다"고 토로했다.
일부 강경 의대생들 사이에선 한 명이라도 실제 제적당하는 경우가 생길 경우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대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엔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우리도 맞받아쳐야 한다", "로스쿨도 '사시 폐지 유예' 당시 집단 자퇴서를 모아서 내지 않았느냐"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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