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대표인 회사에 동료 구의원이 ‘취업’…황당한 광주 서구의회
공공기관 4억7000만원 공연 대행 입찰 참여
겸직의무 위반 논란도…시민단체 “사퇴하라”
광주시 서구의회 의원이 임기 중 구의회 의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의원은 이 회사가 입찰에 참여한 공공기관 사업에 ‘제안서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의회 김형미 의원은 지난 4일 의회에 ‘겸직신고’를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부터 서구에 있는 A사 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A사는 전시와 컨벤션, 행사 대행 등을 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표는 다름 아닌 전승일 서구의회 의장이다. 의회가 공개한 ‘의원 겸직신고 현황’을 보면 전 의장은 2012년부터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의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현직 동료 의원이 입사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의회에 지난 1일부터 재직하고 있다고 했지만 지난달 A사가 참여한 사업 입찰에 ‘제안서 발표자’로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진행하고 있는 ‘2025 오월어머니의노래 국내·외 공연대행 용역’ 대행사 입찰에 참여했다.
오월어머니들의 노래공연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국내와 해외에 열리는 이 공연에 ACC는 4억7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ACC는 지난달 28일 A사를 포함해 2개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서 발표’를 진행했다.
ACC는 제안서를 통해 “제안서 발표자는 반드시 참여인력 현황표상의 사업관리자 이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김 의원은 A사의 ‘제안서 발표자’로 나서 직접 발표했고 ACC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김 의원이 겸직신고 이전부터 A사 업무를 본 것이어서 ‘겸직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법은 임기 중인 지방의원이 다른 직에 취임한 경우에는 취임 후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지역 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정혁신과지방자치발전을위한 시민연석회의’는 논평을 내고 “서구의회 의장이 구민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사익추구를 위해 동료의원을 직원으로 채용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질 없는 의원들에 대한 엄중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 의원들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전 의장과 김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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