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직접 해보니…"생각보단 어렵네" [김남석의 개미생활]

김남석 2025. 3. 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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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목의 프리마켓 차트. 이날 이 종목의 거래량은 3건이었고 해당 거래 가격이 모든 증권사 플랫폼에 시세로 표시됐다. [토스증권 캡처]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 프리마켓 거래량이 0건인 종목을 1주만 상한가나 하한가를 지정해 주문을 내서 사고팔면 내 마음대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식시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상한가나 하한가로 지정해 주문을 내도, 호가가 쌓여 있으면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체결됐다. 결국 이날 '프리마켓 주가조작(?)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넥스트레이드(NXT)의 프리마켓은 오전 8시부터 8시 50분까지 운영된다. 거래 종목이 10개에서 110개로 늘어난 첫날 거래량을 보니 처참했다. 일부 종목은 한 주도 거래되지 않았다. 이날도 110개 종목 중 107개 종목만 거래됐다. 3개 종목은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은 셈이다. 이날 기자가 '주가조작'을 시도했던 종목도 원래 거래량이 없었어야 했으니 사실 외면받은 종목은 4개다. 이 종목의 프리마켓 거래량은 3건. 3건 모두 '내가' 관여한 거래였다.

프리마켓 주가조작을 기획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개인도 시세조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시장가로 1주씩 매입한 뒤에 상한가로 주문을 내고, 그걸 반대에서 받으면 증권거래 플랫폼에는 상한가로 검색될 텐데, 100만원으로 과연 몇 개나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너무 적은 유동성이 시세 왜곡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점도 이 프로젝트의 원동력이 됐다. 당초 목표였던 상한가를 찍는 데는 실패했지만, 단돈 18만원으로 코스피 시총 200위권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데는 성공했다. 내가 거래하는 대로 모든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서 가격이 변동됐다.

18만4400원으로 프리마켓을 시작한 이 종목의 주가는 8시 31분 18만6000원으로 뛰었다. 10분여 뒤 다시 18만4400원에 판매 주문을 내고 지인이 이를 받아서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다. 가격을 조금 더 낮춰볼까, 나와 있는 호가를 모두 받아볼까 고민하던 중에 프리마켓이 끝났다.

지금은 내일 다시 한번 시도해 볼까 고민 중이다. 어차피 거래량이 0이니 최대 손실은 주가의 30%다. 계속 주식을 주고받으면서 낮은 호가를 써내다 보면 언젠가 하한가에 다다를 수 있겠지. 이날 프리마켓에서 이 주식의 매수호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상한가도 도전해봤을 것이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이 종목에 쌓여 있는 매도호가는 단 4개였다. 72만원이면 시장에 나와있는 호가를 지우고 내 마음대로 30% 한도 내에서 주문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이론상'이고, 주문을 모두 받는 동안 새로운 호가가 등장했을 수도 있다. 사실 그게 걱정돼서 실행해 옮기지 못했다. 이름도 몰랐던 기업의 주식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서 들고 있기는 무서웠다.

주식을 샀으니 가격이 변동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가격 변동은 상징적이고, 이번 실험으로 정규장과 비교해 엄청나게 적은 돈으로 시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본이 충분한 사람들이라면 미리 주식을 확보해놓은 뒤에 호가를 착실히 쌓아 자전거래로 가격을 올린다면 개미도 자연스레 따라붙을 것이다. 프리마켓 가격은 시초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만약 프리마켓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면 개장 이후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에게서 '마켓 메이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 메이커가 가끔은 일부러 호가를 다 받아 가격을 끌어올린 뒤 보유 물량을 한번에 털고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가 흔히 말하는 '세력질'을 알고리즘을 통해 빈번히 하고 있다는 것인데, 불법적인 요소 없이 수백, 수천번의 주식거래만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마켓 메이커로 옵티버(Optiver)가 꼽힌다. 위키백과에도 옵티버는 다양한 차익거래로 돈을 벌고 있다고 쓰여 있다. 이 옵티버가 주가 조작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 옵티버는 2년 동안 마감 전 마지막 3분 동안 대량의 거래를 실행하며 주가를 움직였다. 원유 선물을 포함해 하루 19개 종목의 주가 조작을 시도해 최소 5건을 성공했다. 해당 사건이 있었던 해 옵티버의 연간 수익은 1조원이 넘었다.

원유 선물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옵티버가 얼마를 썼을 지는 감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프리마켓이라면 최대 1000만원 안쪽에서 그 종목의 상한가를 찍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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