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삼성전자 '파운드리·메모리' 결합 모델 기대"
삼성 맞춤형 반도체와 메모리 결합 가능성 시사
삼성 고대역폭메모리(HBM)3E, 엔비디아 차세대 칩 공급 유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양 사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젠슨 황 CEO는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GTC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가진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의 주문형 반도체(ASIC·고객이 원하는 기능에 맞춰 제작하는 맞춤형 반도체) 설계 역량과 메모리 제조 역량을 결합하면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과 이 칩을 구동하는 데 꼭 필요한 메모리 칩을 하나로 합친 고성능의 '패키지 형태 제품'을 생산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여러 부품을 한데 묶어 성능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삼성전자의 뛰어난 메모리 기술이 결합되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CEO는 이어 "반맞춤형(semi-custom) 베이스 다이를 만드는데 삼성의 능력은 매우 뛰어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반맞춤형 베이스 다이'란 기본적인 반도체 구조는 공통으로 유지하면서도 일부만 고객의 특별한 요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제공하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틀은 같지만 고객마다 원하는 특정 기능이나 성능 요구사항을 추가해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황 CEO는 삼성의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엔비디아의 '블랙웰 울트라'에 공급될 가능성에 대해 "삼성이 잘하고 있으며 협력할 것으로 충분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미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온쇼어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전망과 재정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제조시설의 미국 이전이 경쟁력과 민첩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말까지 미국 내 제조 비중을 확대한다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황 CEO는 질의응답에서 엔비디아가 단순히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더 많은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를 위한 기초 AI 공장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며 수많은 기업의 기반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전날 기조 강연에서 향후 3~4년간의 AI 개발 로드맵을 밝힌 이유 역시 기업들과 소통해 영역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각국의 기업들이 AI 열풍에 뛰어드는 현재 상황과 관련해서도 "경쟁을 위해 싸우지 않겠다"며 "다른 회사들이 훌륭한 것을 만들면 우린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어느 회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AMD, 인텔, 브로드컴, 마블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AI 개발에 투자하는 자본 지출에 50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 더욱 투자하고, 가능한 한 많은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AI 산업에서의 투자 규모가 2030년까지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1조달러 중 100%가 AI 네이티브 시스템에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지컬 AI 로봇 기술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핵심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 솔루션에 통합해 기업들이 로봇 기술을 시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10년 넘게 피지컬 AI 로봇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로봇 사업은 이미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며 "피지컬 AI 로봇 기술이 엔비디아의 가장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너제이(미국)=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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