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내릴게요” 잠·삼·대·청 집주인이 달라졌다[부동산360]

홍승희 2025. 3. 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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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토허제 재지정에 분위기 반전
매수인 “내집마련 급하지 않아”
세 안은 매도인들 “깎아서 팔아달라” 초조
정부가 19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부동산 관련 규제, 금융 등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집값 상승 요인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에 3월 기준 아파트 거래가격 현황 자료가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서영상 기자] #“매도인이 갑자기 2억 내린다고 하던데, 고민해보려고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2차 아파트 전용 84㎡ 계약을 앞둔 A씨는 19일 공인중개사의 전화를 받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던 매도인은 이날 정부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2200개 단지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자 태도가 돌변했다. A씨는 “굳이 고점에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부가 한달 만에 토지거래허가 구역을 대폭 확대해 지정하자, 매도자 우위로 신고가를 경신해나가던 강남 일대 아파트 시장의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계약금을 받지 않으려 계좌 번호로 알려주지 않던 매도인들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재시행되는 24일 전까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 안은 매도인들은 ‘초조’…“가격 낮춰서라도 팔아달라”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 전용 84.99㎡는 33억원까지 올랐던 호가가 30억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전세를 안고 있는 해당 매물을 24일 전까지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토허구역에서는 갭투자(임대를 낀 매수)가 금지된다.

31억원을 부르던 또 다른 집주인 역시 2억을 내렸다. 잠실동의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소위 ‘세 안고 매매’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어서 팔아달라는 문의전화를 계속 하고 있다”며 “매수 여건이 안 되는 매수자들은 4일 안에 현금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침착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모습. 김희량 기자

학군지 특성상 임대를 준 집주인들이 많은 강남구 대치동·도곡동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도곡동의 래미안도곡카운티의 경우 전용 106㎡의 호가를 40억원까지 올렸던 또 다른 집주인은 호가를 얼마나 내리면 좋을지 공인중개업소 문을 두드렸다. 이사할 집을 이미 매입한 상황에서 기존 집을 기한 내 팔아야 ‘일시적 2주택’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62억원에 내놔도 충분히 팔릴만한 물건을 50억원대에도 팔겠다는 집주인이 나타났다”며 “세를 안고 있는 집주인들은 ‘23일 저녁까지만 계약서를 쓰면 되느냐’고 되물으며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무너진 정책 신뢰’ …토허구역 지정 6개월 만이라지만 “믿지 못해”

정부와 서울시는 이번 토허구역 지정을 6개월로 한정했다. 6개월 만 지나면 지금처럼 거래가 가능한데도 이처럼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정책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안팎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한 달 만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주택 시장에 불안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회가 왔을 때 ‘패닉(공황) 거래’를 부추기는 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5년간 토허제에 묶였던 강남 일대 아파트는 풀리자마자 급등세를 보였다. 3월 둘째 주 송파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72%, 강남구는 0.69%, 서초구는 0.62% 각각 상승해 세 자치구 모두 7년여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때문에 ‘한달여 해제 기간’ 다급하게 매수에 나선 이들도 이제와선 마음이 편치 않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반포자이 59㎡를 34억5000만원에 산 매수자가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 계약금을 일부는 돌려받을 수 있는지 전화가 왔다”면서 “전 최고가 대비 4억원 가까이가 오른 신고가다 보니 고점 매수자들은 상투를 잡은 것은 아닌지 많이 불안해 한다”고 했다.

갑작스런 정책 번복… 전문가 “시장 혼선 못피할 듯”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장 혼선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설명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앞서 “잠·삼·대·청 지역에서 매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매도·매수자라면 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을 마쳐야 전세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거래규제를 받지 않을 전망이라 관련해 거래취소나 거래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선이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행정당국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5주만에 토허제를 다시 지정하는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에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 1월에 토허제 해제를 언급하고 2월에 토허제를 풀며 시장이 두번 충격을 받다보니 호가가 크게 올랐다”면서 “집주인들이 터무니 없이 가격만 올리면서 거래는 많지 않아 ‘토허제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이제와서는 다시 6개월간 토허제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부동산들은 뭘 먹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쓴맛을 본 시에서 6개월 후에 토허제를 전부 해제 하는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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