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석열 ‘승복’ 밝히고. 헌재는 ‘신속 심리’ 약속 지켜야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윤석열을 탄핵소추한 지 95일째인 19일에도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걸린 기간(63일·91일)은 진작 넘어섰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하게 심리한다던 헌재의 공언이 무색하다. 불복 여지나 한 점 흠결도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해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불안 또한 커진다는 걸 헌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선고 일정이 늦어지자 여기저기서 아전인수식 추측과 출처도 불분명한 ‘사설정보지’(지라시)가 나돌고, 그런 얘기를 들은 다수의 시민들은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해야 할 이유는 변론 과정에서 확인되고도 남았다.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은 별도의 논증이 불필요할만치 명확하다. 헌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부터 갖추지 못했다. 국회를 비롯해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계엄포고령 1호와 거기에 근거한 국회 표결 방해 시도는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규정한 헌법 77조 5항 위반이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군홧발로 짓밟은 행위의 위헌성 또한 다툼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이렇게 헌정질서가 유린되는 현장을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 이상 무슨 논거가 필요한가.
사안의 중대성도 마찬가지다. 비상계엄에 따른 정정 불안으로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투자심리는 냉각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상계엄 여파로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조사국은 비상계엄이 올해 GDP 성장률도 약 0.2%포인트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국격이 추락하고 국가의 대외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하향 조정하는 해외 기관들의 평가가 잇따르는 중이고, 사회는 심리적 내전 양상으로 쪼개졌다. 급변하는 국제 안보·통상 질서에 대응할 리더십도 무너졌다. 이 모든 부담을 국민 전체가 떠안았고, 그 후과를 미래 세대도 짊어질 것이다.
이런 일을 벌인 자를 파면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파면할 수 있겠으며, 헌정질서를 지키자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헌재는 하루빨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을 파면해 이 국가적 혼란을 끝내고 민주공화국 수호의 이정표를 제시하기 바란다. 윤석열 또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즉각 선언하고 지지자들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을 책임졌던 자로서 역사·국가·국민 앞에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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