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매직, 예전같지 않네...2028년까지 개발 계획 공개에도 주가 하락
세계 인공지능(AI) 칩 거물 엔비디아가 2028년까지 AI 칩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컴퓨터 연산량 수요가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100배 이상 많을 것”이라며 고가의 고사양 칩 개발 계획을 쏟아냈다. 하지만 ‘황의 매직’은 예전만 못했고, 오히려 실망에 가까웠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3.4% 하락했다.
황 CEO는 18일(현시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5)’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칩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주력 AI 칩인 블랙웰(B200)의 개량형 ‘블랙웰 울트라’(B300)는 올해 하반기에, 블랙웰 울트라보다 컴퓨터 작업 처리 성능이 3.3배 빠른 차세대 칩 ‘루빈’은 내년 하반기에 출시한다. 루빈의 개량형인 ‘루빈 울트라’는 2027년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내년엔 자체 CPU 탑재…파인만 첫 언급
루빈에는 엔비디아의 첫 자체설계 CPU(중앙처리장치)인 ‘베라(Vera)’가 들어간다. 블랙웰까지는 대만 미디어텍과 공동 개발한 CPU 그레이스를 썼다. 황 CEO는 “AI 공장(데이터센터)에서 호퍼(H100) 대비 블랙웰 성능은 68배, 루빈은 900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차세대 AI칩 파인만(Feynman)을 2028년에 내놓겠단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물리학자 이름을 딴 파인만이란 명칭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양은 밝히지 않았다.
“AI칩 수요 여전”…개인용 AI 슈퍼컴 공개
이날 황 CEO는 중국 ‘딥시크’발 고비용 AI칩 무용론을 잠재우려는 듯 “지난해 전 세계가 잘못 알았다.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은 작년 이맘때 예측했던 것의 100배는 더 많다”고 수요 증가를 강조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라클 등 4대 클라우드 기업이 이전 세대인 호퍼 칩을 지난해 130만개 구매했고, 올해에는 블랙웰을 360만개를 구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말 출시한 블랙웰이 “완전히 가동되고 있다”며 설계 결함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에 선을 그었다.
AI칩 시장 확장에 대한 야심도 드러냈다. 이날 황 CEO는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와 ‘DGX 스테이션’을 공개했다. 기존에 데이터센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성능을 향후 AI 개발자나 연구자, 학생들이 개인용 PC나 노트북에서도 구동할 수 있다. 그간 집중해온 게임 및 데이터센터 시장을 넘어 개인용 AI PC 시장에도 뛰어들겠단 의미다.
협력사 언급에 삼성·SK 없어…주가는 하락
황 CEO의 장밋빛 청사진에도 시장 반응은 미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식 시장에서 젠슨 황의 '미다스의 손'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그동안 고객 및 파트너 기업의 이름을 언급하면 해당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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