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엔 “檢과 짰나”, 崔대행엔 “몸 조심하라”…‘시한폭탄’ 된 이재명의 ‘입’
‘체포안 찬성’ 당 의원들 향해서도 ‘檢 내통’ 발언해 뭇매…“당내 분열 조장”
당내서도 일침…“대선서 ‘反明 여론’ 희석시키려면 ‘설화 리스크’ 주의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탄핵 정국에서 당내 '설화(舌禍) 자제령'을 내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본인 발언'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2주 전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겨냥해 "체포동의안 가결은 검찰과 당내 일부가 짠 짓"이라고 발언한데 이어 이번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에게 "몸 조심하라"고 경고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내 일각에선 조기대선 정국으로 넘어갈 경우 "이 대표 입단속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던 중 논란성 발언을 했다. 그는 "국민 공직자의 모범이 돼야 할 최상위 공직자가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났는데도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최 권한대행은) 지금 이 순간도 직무유기 현행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각종 질타가 쏟아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본인들의 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정잡배나 할 법한 겁박을 일삼는 충격적 망언을 내뱉었다"며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이 대표는) 본인 재판을 앞두고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위기에 처하자 이성을 잃은 것 같다"며 "공당의 대표가 행정부 수장을 탄핵으로 겁박하고 '몸조심하라'며 협박하는 도를 넘는 폭주는 국민적 분노만 야기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잠룡들도 이재명 대표를 향해 "깡패들이 쓰는 말(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은 조폭의 입을 닫으라. 본인 재판 선고 날짜가 다가오니 조폭의 정체를 감추지도 않는다(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은 29번의 탄핵을 자행해 국기기관의 직무를 정지시켜 국헌문란을 주도한 내란범이다. 부산떨지 말고 그만 감옥에 가라(홍준표 대구시장)"며 공세를 집중시켰다.
이 대표의 설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재작년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상황에 대해 "당내 일부와 (검찰이) 짜고 한 짓"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2023년 9월 이 대표의 대북송금·백현동 개발 비리 혐의와 관련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민주당 내부에서 최소 31명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결된 바 있다. 당시 같은 민주당임에도 체포안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들과 검찰 간 공모 정황을 의심한 것이다.
해당 발언을 놓고 당내에선 거센 역풍이 불었다. 비명계 대권 주자인 김두관 전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내부의 비판 세력을 겨냥한 분열의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비명계 대표 인사인 박용진 전 의원도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적당한 시점에 이 부분에 대한 발언과 해명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당 통합의 방향과 기운을 잘 모아가는 것이 이후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에서 당연히 당 대표가 해야 할 조치가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에게 전화로 직접 해명하는 등 수습에 진땀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표로부터 관련해서 해명 전화가 왔다"며 "진의가 아니었고 이 일이 이렇게 해석될지 솔직히 몰랐다는 정도의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친명(親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 발언은)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다. 제가 대신 사과할 용의도 있다"며 논란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직접 건 '설화 자제령'을 본인부터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월17일 자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꼬투리 잡힐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 너무 과격하거나 가혹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기대선 구도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안팎에 언행 자제령을 내렸던 것이다.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최근 '윤석열 석방' 이슈는 물론 대표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일(26일)이 다가오면서 다소 조급한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발언 수위도 세진 것 같다"며 "대표의 설화 리스크가 탄핵 정국 이전에도 종종 나왔던 만큼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기대선 정국에서 '반(反)이재명' 여론을 희석시키고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여주려면 설화 리스크는 주의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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