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도 35년 만에 속편 나왔는데”… 26년 만에 재개봉 ‘쉬리’는

라제기 2025. 3.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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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자식을 찾은 기분"이라고 했다.

'쉬리'는 620만 명(배급사 집계)이 극장에서 봤다.

옛 유명 영화의 재개봉이 수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어도 '쉬리'가 26년 만에야 재개봉하는 이유다.

강 감독은 "일본 기자들은 '탑건'(1987)의 속편 '탑건: 매버릭'(2022)이 35년 만에 나왔으니 '쉬리' 속편 제작도 지금 가능한 거 아니냐고 질문하더라"며 "제 마음에 들고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내용"을 전제로 속편 제작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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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 사업 접어 26년 간 IP 활용 불가”
“집 나간 자식 찾은 듯… 남북 사랑 얘기”
하정우 “훈련병 때 휴가 나와 바로 본 영화”
18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쉬리' 특별 상영회에서 강제규(맨 왼쪽)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운데)가 김세윤 작가 사회로 관객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 ENM 제공

“집 나간 자식을 찾은 기분”이라고 했다. 옅은 미소를 띠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가 나오고 10년 후 태어났다는 관객도, 영화가 만들어진 해 출생했다는 또 다른 관객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질문을 하자 강제규 감독 얼굴은 흐뭇함으로 물들었다. 지난 18일 밤 서울 원효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쉬리’(1999) 특별 상영회 자리에서였다. ‘쉬리’(19일) 재개봉을 앞두고 열린 행사였다. 강 감독의 ‘1947 보스톤’(2023)에 출연한 감독 겸 배우 하정우가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 영화 최대 제작비에 최고 흥행

'쉬리'는 남북 관계의 현실을 실감 나는 액션과 사랑 이야기로 그려 큰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제공

‘쉬리’는 한국 영화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첫 표방하며 한국 영화 산업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제작비는 당시 최대인 22억원(마케팅비 등 포함하면 30억 원)이었다. 이전 한국 영화와 달리 실제 같은 총격전 장면이 등장하고 여러 특수효과가 사용됐다. 남북 정상이 만나 긴장 완화를 도모할 때 북한군 특수부대가 독단적으로 테러에 나선다는 내용에 남북한 첩보원의 사랑을 포갠 점이 파격적이기도 했다.

강 감독은 “중국 칭화대에서 몇 달 머물며 ‘은행나무 침대’(1996) 시나리오를 쓸 때 북한 유학생들을 많이 만났다”며 “그들과 대화하며 유학 온 남쪽과 북쪽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만들게 된 영화”라고 돌아봤다. 그는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가 사랑에 대한 영화이기에 두 번째 영화는 달리 만들고 싶어 첩보물이라는 장르적 요소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쉬리’는 620만 명(배급사 집계)이 극장에서 봤다. 당시 국내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이다. 하정우는 “개봉 당시 저는 훈련병이었는데 조교들이 모두 ‘쉬리’를 언급했다”며 “영화 전공자로서 너무 궁금해 휴가 나오자마자 비디오테이프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강 감독님은 이후 제 영화 인생에서 나침반 같은 역할을 했고, ‘1947 보스톤’에 출연하면 비로소 제가 성공했다는 걸 느꼈다”고 돌아봤다.

‘쉬리’는 투자배급사 삼성영상사업단이 IMF 사태 여파로 사업을 접으면서 지식재산권(IP) 활용이 불가능해진 불운의 영화이기도 하다. 옛 유명 영화의 재개봉이 수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어도 ‘쉬리’가 26년 만에야 재개봉하는 이유다. 강 감독은 “그동안 깊은 지하에 숨어있었던 영화”라며 “지난해 비로소 (IP 사용) 허락을 받아 여러분에게 다시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감회에 젖었다.


송강호 역할 원래는 차인표 염두에 둬

영화 '쉬리'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19일 26년 만에 재개봉했다. 삼성전자 제공

1990년대 한국 영화 환경은 열악했다. 강 감독은 ‘쉬리’ 촬영에 쓰일 총기를 미국 회사로부터 모두 대여해야 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깁슨이라는 회사로부터 총기를 빌리는데 보증금으로만 3억 원가량을 따로 요구했다”며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 총기를 다시 반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고 회고했다.

‘쉬리’는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석규와 최민식이 출연했고, 막 떠오르던 배우 송강호가 연기호흡을 맞췄다. 송강호가 연기한 남한 정예 첩보원 이장길은 당초 배우 차인표를 염두에 뒀던 배역이다. 강 감독은 “영화 ‘넘버3’를 보고 송강호 연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에는 신인이라 캐스팅하기 쉽지 않았는데 매니저로 일했던 한석규의 형님과 최민식이 용기를 줘 송강호와 함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P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쉬리’의 속편 제작, 리메이크, 드라마화 등에 걸림돌이 사라졌다. 강 감독은 “일본 기자들은 ‘탑건’(1987)의 속편 ‘탑건: 매버릭’(2022)이 35년 만에 나왔으니 ‘쉬리’ 속편 제작도 지금 가능한 거 아니냐고 질문하더라”며 “제 마음에 들고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내용”을 전제로 속편 제작 가능성을 내비쳤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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