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세일즈, 유럽시장 완전히 접었나…네덜란드 수주전도 손든 한수원
슬로베니아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포기
"체코 원전·SMR 집중 위한 경영적 선택"
원자력계, 웨스팅社와의 계약 여전히 의심
정부, 원전 수출 거버넌스 용역 조만간 시작
한국수력원자력이 네덜란드에 원전 수출을 접었다. 슬로베니아에 이은 올해 두 번째 포기 선언이다. 한수원은 코앞으로 다가온 체코 수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인데 원전 업계에서는 지식재산권(IP)을 갖고 갈등을 빚었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합의 과정에서 유럽 시장 진출권을 내놓았다는 의혹이 또다시 나온다. 게다가 한국전력과 한수원이 원전 세일즈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자 정부가 바람직한 원전 세일즈를 다룬 연구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18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한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한수원은 2035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는 네덜란드의 신규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2024년 1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나서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2차 조사에 불참하며 수주전에서도 발을 뺀 것. 대신 수주전은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의 2파전이 됐다.
한수원이 유럽 원전 수출 경쟁에서 손을 든 건 올해만 두 번째다. 2월 슬로베니아 원전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 조사에 불참했다. 지난해 말에는 스웨덴도 포기했다. 여기에 2022년 협력의향서를 맺은 폴란드 원전은 정권이 최근 원전 건설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없던 일이 될 상황이다. 이로써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던 현 정부의 목표는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한수원 "경영적 판단"이라지만
한수원은 체코 원전 최종 계약과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수원이 원전을 처음 수출하려 한다"며 "여러 개를 동시에 추진하기보다 하나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한수원이 동시에 여러 개를 소화하기는 어려울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원자력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합의 과정에서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웨스팅하우스에 넘겨준 증거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신형 가압경수로인 APR1400이 자사 기술을 바탕으로 했다고 문제 삼았는데 1월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구체적 합의 내용을 알리지 않기로 하면서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일감을 떼주거나 진출 지역 조정이 있었을 거란 의심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의 한 원로는 "체코를 지키려 유럽을 내어준 셈"이라며 "건설 기술이 아쉬운 웨스팅하우스와 유럽에 함께 진출할 여지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원전 세일즈 거버넌스 용역, 조만간 시작
업계 안팎에서는 이참에 원전 세일즈 체계를 샅샅이 뜯어보고 고칠 건 손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16년 당시 정부는 체코· 슬로바키아·폴란드 등 유럽권은 한수원, 아랍에미리트(UAE) 후속 원전·베트남 등 비(非) 유럽권은 한전에게 맡기는 식으로 진출 시장을 이분화했다. 만약 이번에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유럽을 양보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유럽 바깥에 한전, 한수원 둘 다 집중해야 한다. 최근 한수원과 한전이 원전 수출 주도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사의 갈등은 UAE 바라카 원전 공사비 정산 문제로 번졌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와 지역 안배 의혹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원전 수출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지금의 지역 중심 수출 이원화 체계가 유지된 지 10년째고 한전과 한수원의 갈등은 되풀이된다. 한수원도 모회사인 한전 없이 원전 수출을 이끌어 낼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답을 찾기 위한 연구 용역도 조만간 시작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 선정 과정에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수주 경쟁력, 수행 능력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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