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환 최후진술 “어떠한 자유도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다혜 2025. 3. 18. 15: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타파는 50년 전 유신독재의 폭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에 나섰던 기자들의 법정 최후진술이 현재 언론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기록 가치도 높다고 판단해 진술 육성과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다.

비민주적, 반역사적 정치 상황 속에서 강포한 자의 목소리만 일방 통행으로 몰아갈 뿐, 약하고 억눌린 자의 목소리는 신음 소리마저 허용되지 않는 이 폭력의 상황 속에서 오직 양심만을 무기로 자유 언론의 손 안에 든 펜과 마이크가 감옥에 갇힌 것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50년 전 유신독재의 폭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에 나섰던 기자들의 법정 최후진술이 현재 언론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기록 가치도 높다고 판단해 진술 육성과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다.

1978년 11월 동아일보 해직기자 7명이 이른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 주류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시국 사건 등을 ‘보도되지 않은 민주 인권 사건 일지’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배포했다는 게 혐의였다. 이듬해 1월에는 또 다른 동아일보 해직기자 3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쓴 게 죄가 돼 감옥에 갇힌 ‘진짜 기자’들은 살벌한 유신법정 항소심에서 피를 토하듯 최후진술을 쏟아냈다.

김종철 최후진술 “걸레 같은 신문방송 보는 게 고문”

정연주 최후진술 “역사의 심판대에 증언하겠다”

박종만 최후진술 “이 땅에 언론은 없습니다”

안종필 최후진술 “자유 언론을 압살하는 모든 법과 제도는 철폐되어야” 

홍종민 최후진술 “자기의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겠다”

안성열 최후진술 “자유를 원하는 만큼의 희생이 필요”

장윤환 최후진술 “어떠한 자유도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장윤환 최후진술 중 일부 '어떠한 자유도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1979년 7월 25일, 서울고등법원 213호 법정

장윤환 최후진술 전문

본인은 신문 기자입니다. 본인은 엄청난 주장을 하다가 구속된 것이 아니고 한 상식을 주장하다가 감옥에 갔습니다. 그 상식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유 언론은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언론인이 언론 자유를 주장하다가 황당하게도 감옥에 갇힌 것입니다.

언론인이 언론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마치 누에가 뽕잎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로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누에가 뽕잎을 먹겠다는데 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당분간 갈잎을 먹어라라고 강행한다면 그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언론인이 언론 자유를 언론인의 사명인 자유언론을 실천하겠다는데 아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잠자코 박수나 쳐라라고 반박한다면 이게 말이 됩니까? 언론 농간입니다.

지난해 10월 24일 동아투위의 민주 인권 운동 일지 사건과 관련해서 10명의 위원들이 구속되었습니다. 비민주적, 반역사적 정치 상황 속에서 강포한 자의 목소리만 일방 통행으로 몰아갈 뿐, 약하고 억눌린 자의 목소리는 신음 소리마저 허용되지 않는 이 폭력의 상황 속에서 오직 양심만을 무기로 자유 언론의 손 안에 든 펜과 마이크가 감옥에 갇힌 것입니다.

감옥에 갇힌 펜과 마이크는 바로 오늘날 이 땅의 자유와 인권이 던져져 있는 현 주소에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자유도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시민이 피로써 쟁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언론사의 자유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시민이 특히 언론인 자신이 앞장서서 피로써 쟁취해야 하는 소중한 봉화이며 보루입니다. 여기서 본인은 자유의 나무와 시민의 피에 관한 마티유의 고전적인 명제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언론 자유와 언론인의 피에 관해서 같은 명제를 확인합니다. 언론 자유라는 나무는 자유 언론이라는 나무는 언론인의 손으로서 심어지고, 언론인의 피로써 길러지며 언론인의 펜과 마이크로써 방어되지 않는 한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 자유와 당연한 권리로 통하는 상식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이 나라를 독재 국가가 아닌 민주공화국으로 되돌려놓기 위해서 뒤늦게나마 이 시대의 아픔에 온몸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위대한 시인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는 본인의 열망을 기억합니다. 숨죽여 흐느이며 너의 이름을 쓴다 나 몰래 너의 이름을 쓴다 타는 목소리로 타는 목소리로 민주주의여 만세.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