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모수개혁은 급물살... '여야 합의' 문구에 여야 신경전

류승연 2025. 3. 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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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가 기본"이라는 국민의힘에 민주당 "소득대체율도 양보했는데... 논의 지체시 복지위 처리"

[류승연, 남소연 기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보강 : 18일 오후 4시 37분]

여야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3%로 조정하는 '모수개혁안'에 합의하고도, 막판 신경전을 벌이면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소득대체율을 기존 44%에서 국민의힘 주장대로 43%로 낮추면서 여야 간 수치상 이견이 사라졌지만 국민의힘이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설치할 때 '여야 합의 처리' 문구를 명시하자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나서는 한편, 입법이 지연될 경우 민주당 주도로 3월 내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모수개혁' 합의하고도 '여야 합의 문구' 둘러싼 신경전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수개혁 관련해 (여야간) 이의가 없었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에 여야가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출생크레딧이나 군 크레딧, 저소득 지원 관련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미세한 부분이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에서 논의,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이 연금특위를 꾸릴 때 '여야 합의 처리' 문구를 넣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 관련 "이미 연금특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인데 문구 자체를 넣는 게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추후에 다시 한번 논의하기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양수 사무총장, 권 원내대표,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 남소연
이에 대해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연금특위가) 발족할 때도 여야 간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가 있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굳이 이를 빼자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때도 연금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몫이었고 정수도 (여야가) 6:6이었다"며 "(여야 합의 문구는) 국민들께 여야가 합의해 연금개혁 문제를 잘 처리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여야 공방은 같은 시간에 열렸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벌어졌다. 이날 전체회의가 끝나갈 무렵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금요일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고집해 온 소득대체율 43% 주장을 대승적으로 양보해 받아들이고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지역가입자 지원 확대를 포함한 연금 개혁에 합의했다"며 "그 직후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 내용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복지위에서 국민연금법만 통과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금특위 구성에 '여야 합의 처리' 조문을 넣지 않으면 국민연금법 처리를 안 한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복지위에서 여당 간사를 받고 있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라는 게 협의나 합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국회법에 보면 수십 번 나온다"며 "그런데도 다수당이 이를 삭제하자는 이면이 무엇일지 몹시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진성준 "납득 어려운 조건으로 연금개혁 발목 잡으면 복지위에서 처리"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등 정책현안 관련 정책위원회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여야가 세부사항을 놓고 조율에 난항을 겪자 민주당은 '단독 처리'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연금개혁 등 정책현안 관련 정책위원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의 '새 조건'을 가리켜 "난데없는 조건"이라고 악평했다. 특히 당초 예상했던 오는 20일 본회의 처리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한 20일 처리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의장은 특히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연금특위 위원장을 맡게 되는 만큼, 야당 일방의 연금개혁안 통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 뒤 "불필요한 것을 조건으로 거는 건 연금개혁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동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가장 큰 논리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며 "(국민의힘이) 앞으로도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을 뛰어넘어 여야 합의를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도 의심했다.

진 의장은 "시한 없이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 3월 임시회 중 (모수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납득이 어려운 조건을 들어 모수개혁 입법을 자꾸 지체시킨다면 국회 복지위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힘 "모수개혁보다 특위 구성 먼저 하자" vs 민주 "단독 처리 적극 검토"

한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여야합의 문구'가 모수개혁 합의 통과의 선결 조건이었는지 여부를 놓고 다시 한번 충돌했다. 특히 이날 오전 국정협의회 당시 합의 내용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은 연금특위에서 안건을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는다는) 전제 하에 특위 구성이 선결되고 나서 복지위에서 모수개혁 합의 처리를 하도록 한다(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국회에 연금특위가 구성되고 난 이후에야 모수개혁을 합의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야기는 다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정책위의장 발언을 가리켜 "국정협의회에서 여야 간 공통된 인식과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합의 번복"이라며 "국회 복지위가 모수개혁 입법을 논의하고, 그 상황에 따라 연금개혁 특위에 운영 원칙으로 '합의 처리' 문구를 추가할 것인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풀이했다. '여야 합의' 문구가 모수개혁 처리와는 별개 안건이었다는 것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국정협의회 당시 소통의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해는 없다"며 "기왕에도 연금개혁 논의가 공전하면 합의안을 기초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20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 합의' 문구 관련 합의를 해오라고 주문했다"며 "양당이 (국정협의체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자신들의 입장을 반복해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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