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용 “메모리사업부 자만에 빠져…” 사업부마다 일일이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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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영상 메시지에서 각 주요 사업부를 일일이 짚어가며 질책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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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 임원 대상 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 “(TV·스마트폰·가전 등을 포괄하는)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 등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다. 이 회장이 사장단이 아닌 전체 임원들에게 사업부별 위기를 직접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한 참석자는 “평시에 이뤄지던 임원 교육과는 성격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만큼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올 초 사장단에 전달됐던 신년 영상 메시지 중 일부도 포함됐다.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주요 내용은 성우 나레이션과 자막 등의 형태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1999년 다우지수를 구성했던 30개 기업들 중 24곳이 이미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잊혀질 것”이라고 위기감을 전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교육 시작 서두에 3분 남짓한 길이로 상영됐으며,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도 강조됐다. 이외 이재용 회장의 해외 사업장 방문 등 경영 현장 장면도 스틸컷으로 등장했다.
영상 상영 이후에는 외부 강연과 세미나가 이어졌다. 이광형 KAIST 총장, 이정동 서울대 교수, 최진석 서강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에 대한 진단이 날카롭게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후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수여됐다. 한 참석자는 “수료패에 새겨진 문구는 과거부터 삼성 임직원들이 사업장이나 회식 등에서 자랑스럽게 나누던 정신”이라며 “당장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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