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안보 위기…‘중립’ 스위스, 유럽과 협력 모색

방성훈 2025. 3.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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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이상 중립을 지켜오던 스위스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방위·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스위스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합동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나토 가입을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방위 동맹은 유럽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국민들도 유럽과의 안보 협력 강화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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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협력" 주장해온 軍장교 차기 국방장관 선출"
국방비 늘리고 22년만에 해외서 합동 군사훈련 추진
무기수출 규정 변경도…"트럼프 위협에 다급해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500년 이상 중립을 지켜오던 스위스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방위·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 지원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마틴 피스터 스위스 육군 대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베른 연방의회에서 차기 국방장관으로 선출된 뒤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의회는 지난 12일 투표를 거쳐 마르틴 피스터 육군 대령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선출했다. 피스터 대령은 유럽과 방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로, 다음달 1일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스위스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합동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나토 가입을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방위 동맹은 유럽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도 “나토는 변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모른다. 우리 역시 안보가 중요하다면 유럽 국가들과의 상호 운용성과 협력은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그동안 유럽 안보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반복해 내비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을 경험한 만큼, 미국의 지원이 축소 또는 중단되면 스위스 역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FT는 “불과 2달 전까지만 해도 피스터 대령이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립국인 스위스조차 방위 강화에 대한 다급함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스위스의 방위·안보 강화 노력은 다양한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2030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로 늘리고, 군수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스위스가 나토 회원국이 아닌 중립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아울러 다음달엔 오스트리아에서 오스트리아 및 독일 군대와 지상군 합동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스위스 군대가 해외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건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무기 수출 규정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이 스위스에서 무기를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고 했으나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EU의 ‘재무장 계획’에 보폭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스위스 싱크탱크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의 장-마크 리클리 국장은 “미국이 유럽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을 보이고 러시아 편을 들면서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 충격을 안겼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민들도 유럽과의 안보 협력 강화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취리히연방공대(ETH) 군사 아카데미와 GCSP가 지난해 여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나토와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했다. 지난 10년 평균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나토 가입을 원하는 응답자도 30%로 10년 평균(23%)보다 높아졌다.

이에 일각에선 스위스가 중립국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이는 국민투표와 헌법 개정이 필요해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FT는 짚었다. 또한 스위스 보수 진영에선 헌법의 영구 중립 원칙에 위배한다면서 미국·EU·영국과 공조한 대(對)러시아 제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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