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사재 출연은 여론 무마용"…정치권·노조 맹공(종합)
구체적 액수·시기·방법 등은 안 밝혀
홈플러스 노조 "소나기 피해 보자 심산" 비판
정무위 18일 현안질의…김 회장 불출석 전망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재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정치권과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김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 김병주 회장이 소상공인 결제 대금 지원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공표했다"며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시기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소상공인 결제 대금 지원 외에 다른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MBK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이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고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등의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되자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보자'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사재 출연 약속으로는 결코 MBK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책임을 비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는 18일 홈플러스 사태 관련 현안질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김 회장과 홈플러스 경영진의 출석을 요구한 상황이다. 다만 김 회장은 국회에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강우철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내일 국회 출석을 요구받은 김 회장은 이에 응하지 않고, 선심 쓰는 듯한 사재 출연 발표를 했다"고 지적하며 "이것도 투자라 여기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1조원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자본 회수에만 매달려 (회사)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선제적 기업회생이라는 생소한 개념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떠넘기는 '신개념 먹튀'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측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 입장이 나온 뒤 "주주사에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채권을 조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홈플러스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현재 소상공인 채권 지급에 필요한 소요 금액을 추산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협력사 납품 대금과 테넌트(입주업체)를 위한 결제 대금, 임직원 급여 등으로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채권 액수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협력사의 물품·용역대금 3457억원을 변제해야 한다. 이 돈은 회생절차 개시 20일 전인 지난달 12일 이전에 발생한 '회생채권'으로 법원의 승인을 얻어 자금을 순차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올해 1∼2월 임대점주(테넌트) 정산대금 1127억원을 더하면 밀린 변제액은 4600억원가량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가 이날 오전 기준으로 집계한 상거래채권 기지급액은 3510억원이다. 더불어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도 대규모로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에 3000억원가량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해당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우선 변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ABSTB 포함)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는 아니지만 최종 변제 책임은 당사에 있다"면서 "관련 증권사들과 협의해 회생절차에 따라 해당 채권들이 전액 변제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액수를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홈플러스가 처한 급한 불을 끄는 데만 최소 1000억원 이상,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대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김병주 회장은 임시방편적인 사재 출연이 아닌, 충분한 사재 출연을 통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기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피해를 본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즉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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