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터뷰] "할머니가 멀리서도 손주 잘 보실 수 있게" '노랑머리 센터백' 이지솔의 감동적인 염색 이유

김희준 기자 2025. 3. 16. 19:5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지솔(수원FC).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최근 수원FC 핵심 센터백으로 부상한 이지솔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감동적인 이유를 밝혔다.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5라운드를 치른 수원FC가 울산HD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5경기 무승을 한 수원FC는 3무 2패 승점 3점으로 리그 11위에 머물렀다.


이날 수원FC는 홈에서 승리를 거머쥘 기회를 놓쳤다. 전반 13분 안데르손의 완벽한 침투패스를 받은 루안이 골망을 흔들며 앞서나간 뒤 두어 차례 완벽한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놓치며 달아날 기회가 사라졌다. 후반에는 울산의 맹공을 막아내야 했다. 비록 후반 28분 울산 신입생 에릭에게 실점하긴 했지만 이희균이 득점이 취소되고, 라카바의 페널티킥을 안준수가 막아내는 등 운과 실력이 모두 따르며 승점 1점을 건질 수 있었다.


센터백 이지솔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지솔은 이날 수비라인을 리드하며 공중 경합과 후방 커버에 강점을 보였다. 스피드를 위시한 엄원상의 공격도 성공적으로 막아냈고,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울산의 파상공세를 저지했다. 후반 막바지 위협적인 울산의 크로스를 머리를 들이밀어 바깥으로 내보내는 등 수비 집중력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사그라들지 않았다.


라카바(왼쪽, 울산 HD), 이지솔(오른쪽, 수원FC). 서형권 기자

그럼에도 이지솔은 자신의 활약에 기뻐하기보다 승리하지 못한 것, 실점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지솔은 "아쉽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실점해서 비겼다"라며 "실점 상황에서 공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만족스럽지 않다. 루빅손의 패스 타이밍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패스가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다. 패스 타이밍이 늦어지길래 안 주나 보다 할 때 공이 들어왔다.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어야 했는데 아쉽다"라고 자책했다.


그래도 이지솔은 이번 시즌 수원FC 핵심 수비수다. 광주FC와 개막전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대전하나시티즌과 2라운드부터 줄곧 수원FC 후방을 지켰다. 대담하면서도 안정적인 이지솔의 수비는 수원FC가 성적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되는 데 도움을 줬다.


이지솔은 과거에 어떻게든 버텨냈던 게 지금의 자신을 만든 거라 생각했다. 달라진 게 크게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전 시즌들은 내가 부족했다. 부족했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기용받지 못하면 내려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않고 뭐라도 배우자는 생각으로 제주와 강원에서 2년을 버텼다. 나도 모르게 그동안 축적된 게 있었고, 그것들이 이제야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지솔(오른쪽, 당시 강원FC). 서형권 기자

만약 이번 시즌까지 잘 풀리지 않았다면 은퇴를 고려했을 것이다. 이지솔은 "수원FC에서 잘 안 되면 은퇴하려고 했다. 경쟁하는 것도 힘들고 지쳤다. 여기서 안 되면 그만하자고 생각했다"라며 "쿨함과 절박함이 둘 다 있었다. 그래서 플레이할 때 마음이 편하다. 부담감이 덜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수원FC는 아직까지 승리가 없다. 리그 첫 5경기에서 3무 2패로 부진을 면치 못한다. 안데르손의 거취가 뒤늦게 결정되고, 외국인 선수 영입이 늦어져서 외국인 선수들끼리의 합은 물론 기존 선수들과 합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또한 지난여름부터 핵심들이 줄줄이 나가면서 선수단이 개편된 것도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


현재 성적은 이지솔에게도 부담이 된다. 이지솔은 "경기를 못 이기고 있다는 부담감이 있어 아쉬울 따름"이라며 "선수단 분위기도 침체됐다.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프로는 이기지 못하면 당연히 침체된다.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감독님도 쳐지지 말자 하고, 용이 형과 같은 고참 형들도 쳐지지 말자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사실 힘들다. 이기고 싶다. 그래서 이번 휴식기에 많은 보완을 하려 한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루빅손(왼쪽, 울산HD), 이지솔(수원FC). 서형권 기자

올 시즌 이지솔은 노랑머리로 염색을 했다. 원래 금발인 울산의 루빅손보다도 샛노랗다. 경기장에서는 누구보다 눈에 띈다. 머리뿐 아니라 눈썹까지 노랗게 칠해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이지솔이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할머니 때문이었다. 종종 효심이 깊은 선수들은 자신의 할머니를 위해 헤어스타일을 특이하게 하곤 한다. 수원FC에 몸담았던 이승우가 2015년 '손자를 찾기 힘들다'라는 할머니의 말에 U17 수원컨티넨탈컵에 핑크색 머리로 참가한 게 유명한 사례다.


이지솔도 마찬가지다. "할머니 때문에 탈색을 했다. 할머니는 내 1호 팬이다. 축구 처음 할 때부터 항상 경기장도 할머니와 같이 갔다. 오늘도 경기 보러 오신다고 하셨는데 편찮으셔서 오지 못했다"라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멀리서 보면 잘 안 보이시지 않나"라며 멀리서도 할머니가 자신을 잘 알아보게끔 탈색을 했다고 밝혔다.


이지솔은 "내가 원래 탈색을 좋아한다. 그리고 미용실에 1시간 반 이상 있으면 못 버텨서 탈색만 했다"라며 분위기를 환기한 뒤 "머리가 노란데 눈썹만 검은색이면 이상하니까 했다. 너무 밝게 돼서 후회는 된다"라고 웃었다. 이지솔은 한 달에 한 번 뿌리염색을 해서 노란 머리를 유지하는데, 거기서도 할머니에 대한 효심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