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립스틱' 정혜선-송선미-공정환-김수연..."사랑하는 사람 더 사랑하도록" [mhn★인터뷰]

장민수 기자 2025. 3. 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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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송선미-공정환-김수연, 연극 '분홍립스틱' 출연
4월 4일부터 5월 1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연극 '분홍립스틱' 배우 정혜선, 송선미, 공정환, 김수연이 공감을 무기로 관객 사로잡기에 나선다.

'분홍립스틱'은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켰던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삶을 점차 이해하게 되는 며느리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승봉 연출, 김명훈 협력연출, 김지완 작가 등이 참여했다.

고집 세고 깐깐한 시어머니 강해옥 역은 정혜선, 박정수, 평생을 참고 살아온 며느리 이지영 역은 송선미, 이태란이 출연한다. 지영의 남편 김현욱 역은 정찬, 공정환, 시누이 김태리 역은 김수연과 임성언이 캐스팅됐다. 

정혜선-송선미-공정환-김수연, 박정수-이태란-정찬-임성언 두 팀으로 가족을 꾸려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의 한 연습실에서 정혜선-송선미-공정환-김수연 네 배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혜선은 2010년 '엄마를 부탁해' 이후 약 1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그러나 그는 연극 자체보다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반가움이 더 컸다. 

"강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그동안 악역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며 "이번에는 내 성격이랑 좀 맞기도 하고, 늙으면 고부간의 갈등이 꼭 생기지 않나. 그런 걸 다 지내온 나이니까 어쩌면 연기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공정환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빠 역할처럼 나이에 맡는 배역이 들어오니까 더 재밌다"라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 소감을 전했다.

송선미는 "정혜선 선생님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어릴 때 같이 작업하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다시 연기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특히 연극은 깊이 호흡을 맞춰볼 수 있지 않나"라며 애정을 표했다.

김수연 또한 "(KBS 20기) 공채탤런트이기도 하지만 연극, 뮤지컬을 더 많이 해서 무대에 대한 갈증이 늘 있다. 방송에서 만나는 선배님들과 무대를 한다는 것이 좋았다. 또 하나의 도전이고 기회다"라고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연습 초반이지만 이들의 케미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으로 무르익고 있다. 

특히 팀의 중심인 정혜선은 1942년생 올해 나이 83세 노령임에도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을 직접 운전해 다니고 있다고.

김수연은 그런 정혜선에 대해 "매번 푸짐하게 음식을 싸주신다"고 했고, 송선미도 "진짜 엄마처럼 대해주신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정혜선은 "(송)선미 씨하고는 예전에 작업을 같이 했는데, 다른 배우들은 처음이다. 그래도 서로 어색하지 않고 일심동체가 됐다. 가족같이 느껴진다. 빨리 연습 나오고 싶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극에서는 전혀 다른 가족의 형태를 그릴 예정이다. 깐깐한 시어머니와 애써 참는 며느리, 얄미운 남편과 시누이까지. 애증의 관계에 놓인 가족으로서 갈등과 화해를 겪는다.

정혜선은 극중 해옥에 대해 "갈등이 있지만 손자 등록금도 대주고, 나름 며느리에 대해 협조적인 시어머니 아닐까 싶다"라며 "남편이 떠나고도 자식들 생각해서 남자를 새로 안 들이지 않나. 그런 점에서는 또 높이 평가될 수도 있는 어머니"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정혜선은 1973년 이혼한 후 '돌싱'이 된 지 53년 차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요즘은 특히 돌싱 가정이 많지 않나. 난 30대에 이미 돌싱이 돼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연기하면서 울컥울컥 눈물도 많이 난다"고 공감했다.

송선미는 "우리가 보통 각자의 삶의 시각에서 보지 않나. 어머니는 본인이 가능한 최선의 것을 주려고 하시는데 며느리가 살았던 세월에서는 그게 최선이 아닌 거다. 그런데서 오는 갈등이 있다"며 고부간의 갈등을 이해했다. 

이어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같이 지내면서 그의 삶을 하나씩 이해하게 된다. 무서운 시어머니지만 알고 보면 소녀시절, 여자였던 시절도 있다. 다 포기하고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시간도 있다. 그걸 이해하면서 내 삶과 연결되기도 한다"며 "가족들이 같이 보시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환은 "(현욱이) 나하고 비슷한 면이 많다. 나도 집에서 아내한테 매번 혼나고 말도 잘 듣는다. 그래서 집에서의 모습을 극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캐릭터와의 유사성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김수연은 "못된 역할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리딩 때도 더 못되게 하라고 하시더라. 근데 아무리 못되게 해봤자 그렇게 안 보일 것 같아서 옆에서 깐족대고 얄미운 시누이가 되려고 한다"라며 통통 튀는 매력으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것을 예고했다.

다소 익숙한 서사와 캐릭터라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는 극이다. 그러나 배우들은 '공감'이라는 장점을 더 크게 강조했다. 

송선미는 "뻔한 스토리일 수도 있는데 대본 안에 중의적이고 새롭게 해석될 지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고 후회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 우리 연극이 그런 걸 보여줌으로써 옆에 있는 사람들 더 소중히 생각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공정환은 "이렇게 3대가 나오는 가족극이 많지 않다. 보시는 분들마다 다르게 보실 것"이라고 가족극의 매력을 강조했다.

김수연은 "어른들이 보면 반대로 며느리를 보며 내가 혹시 아이들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나 돌이켜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치매를 소재로 한다는 것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배우이자 동화작가이기도 한 김수연은 실제 치매를 겪은 작가 웬디 미첼이 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토대로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배우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또한 정혜선은 "엄마가 얌전한 치매가 있으셨다. 갑자기 존댓말을 쓰신다거나 하는. 그런 순간에 먹먹해진다. 그래서 더 말을 못하게 되더라"라고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렸다.

이어 "엄마 돌아가실 때가 83세셨다. 내가 지금 그 나이다. 문득 뭔가를 잊어버리면 가슴이 덜컹한다. 그럴 때 엄마 떠올리기도 한다"고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끝으로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가족 간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혜선은 "드라마가 좀 우울한 면도 있지만 우리가 재밌게 연기하면 관객들도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온 가족이 봐도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환은 "관객들과 즐겁게 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그런 거 보시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어필했고, 송선미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함께 손잡고 보러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관람을 당부했다.

김수연 역시 "내 주변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여다봐 주시면 좋겠다"라며 "나의 이야기로 보시면 더 따뜻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분홍립스틱'은 오는 4월 4일부터 5월 1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사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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