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없는 OTT' 옛말...넷플릭스·티빙 광고요금제 1년, 판 달라졌다
광고요금제 도입 후 이용자·매출 증가, 쿠팡플레이도 광고 삽입 검토
광고노출량·광고주 불만 과제… 스마트폰 중심 OTT 이용도 한계
[미디어오늘 윤수현, 금준경 기자]
'광고없는 OTT'는 옛말이 됐다. 넷플릭스·티빙 등 복수 OTT 사업자가 광고요금제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다. 광고요금제는 넷플릭스·티빙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쿠팡플레이도 콘텐츠에 광고를 삽입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적정 수준의 광고를 제공하고, 광고주에게 광고효과를 줘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무광고 정책을 폐지하고 한국 등 12개국에 광고요금제를 출시했다. 넷플릭스는 광고요금제 가격을 월 5500원(미국 6.99달러)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당시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베이직 요금제(9500원, 미국 11.99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국내 2위 OTT 업체 티빙 역시 지난해 3월 프로야구(KBO) 독점 생중계 시작과 함께 광고요금제(월 5500원)를 출시했다. 1시간 영상 기준 최대 4분의 중간광고가 나온다. 넷플릭스에선 1시간 동안 광고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콘텐츠 창작자가 광고 휴지기(일시중단)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티빙은 넷플릭스와 달리 영상 시작 단계에서 30초 길이의 프리롤 광고가 방영되는 경우가 많다.
광고비는 최소 집행금액만 충족한다면 광고주 재량에 달렸다. 넷플릭스의 CPM(광고 1000회 노출에 대한 비용, 15초 기준)은 2만9000원, 티빙의 CPM은 2만 원이다. 티빙의 인기 콘텐츠를 타깃으로 하는 광고 CPM은 3만 원이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최소 광고집행금액은 넷플릭스 5000만 원, 티빙 1000만~2000만 원이다.
OTT 새 먹거리된 광고… 쿠팡도 광고 노린다
광고요금제는 OTT 성장을 이끌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한국·미국·일본 등 12개국 신규가입 이용자 55%가 광고요금제를 선택했다. 티빙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 대비 33.4% 증가한 4353억 원인데, 광고요금제가 매출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티빙 신규가입 이용자 30~40%가 광고요금제를 선택했다.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하는 '번들링 전략'도 적중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월 4900원의 플러스멤버십 이용자가 넷플릭스 광고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통해 네이버 플러스멤버십 이용자가 1.5배 증가했다.
한국 광고요금제 이용자는 전체 OTT 이용자의 10~20%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티빙 이용자 중 광고요금제를 선택한 경우는 24.6%이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선 광고요금제 이용률이 18.2%로 나타났다. 두 결과 모두 지난해 6~8월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나왔다.
에이미 라인하드 넷플릭스 광고총괄책임자는 지난달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광고 경험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한국 시청자는 TV 시청자 대비 241% 높다. 광고요금제 시청자는 이용 3시간이 지나도 처음 시청할 때보다 더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고 했다. 티빙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광고요금제 출시) 1년을 넘어서며 이용자·광고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쿠팡플레이도 광고 삽입 시도에 나섰다. 쿠팡플레이는 최근 스포츠 경기나 공연 콘텐츠에 중간광고를 삽입하기로 하고, 넷플릭스 광고 대행사인 나스미디어를 광고 독점 판매사로 선정했다.
광고 적정량 노출이 관건
하지만 △광고 적정량 설정 △광고주의 광고효과 체감 부족 △광고효과 측정 기술 부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재까진 광고량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크지 않으나, 광고가 더 증가할 경우 서비스 해지까지 검토하겠다는 이용자도 있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이용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구독료 절감을 위해 광고요금제로 변경했는데, 처음엔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며 “지금은 적응했지만, 광고가 점차 늘어난다. 광고가 더 많아지면 요금제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티빙 광고요금제 이용자 B씨는 미디어오늘에 “비용절감을 위해 선택한 것이지만, (광고로) 시청에 제한이 있는 점은 불만”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이용자 C씨는 미디어오늘에 “과거 케이블방송에서 영화 방영 중간중간 광고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면서 “하지만 기억에 남는 광고는 없다. 비슷한 광고가 돌아가면서 나왔던 거 같고, 신경을 잘 안 쓴다. 나 같은 이용자에겐 광고효과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광고주들은 광고요금제 유보적
OTT 광고에 대한 광고주들의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OTT 서비스 영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OTT 광고가 방송광고보다 효과적이라고 인식하는 광고주는 40.2%다. OTT 광고는 가격·타겟팅 측면에선 방송광고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주목도·커버리지 등 광고효과와 관련된 항목에선 방송광고가 우세하다.
금융업계 관계자 D씨는 미디어오늘에 “OTT 광고비가 지상파 광고보단 저렴하기에 많이 노출할 순 있지만 효과가 더 좋다고 볼 순 없다. 지상파 광고 효과가 가장 좋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광고효과 책정이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D씨는 “광고효과 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네이버 등 디지털 광고는 효과 분석이 가능하지만, (OTT는) 쉽지 않다”고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 E씨는 미디어오늘에 “OTT 광고 단가가 낮다고 볼 순 없다. 특히 넷플릭스 단가가 (방송광고보다) 많이 비싸서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고정형 TV 기반 OTT 이용률이 높아 OTT와 TV 광고와 경쟁하는 해외와 달리, 한국에선 스마트폰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아 광고시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기기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스마트폰 70%, TV 59%다. 반면 한국은 스마트폰 이용률 92.2%, TV 이용률 28.9%로 격차가 크다.
광고업계 관계자 F씨는 “혼자 보는 스마트폰보다 공동시청이 가능한 TV의 광고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주로 TV를 통해 OTT를 시청하지만, 한국은 스마트폰 이용이 많다. 미국의 OTT 광고는 방송광고와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F씨는 “OTT 광고효과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건 힘들다고 본다. 검증되지 않는 기대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광고업계 관계자 G씨는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TV를 통한 시청이 모바일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OTT TV 이용률이 모바일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나올 수 있다”며 “특히 미국과 달리 한국은 1인 가구 비중이 높아 시청 콘텐츠를 바꾸는 빈도가 높다. 이는 광고를 접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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