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의 사람들 [김선걸 칼럼]

김선걸 매경이코노미 기자(sungirl@mk.co.kr) 2025. 3.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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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은 연구 대상이다.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5대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고래 앞의 새우 정도다.

예를 들어 KB금융과 메리츠를 비교하면 총자산은 727조원과 116조원으로 체급이 다르다. 금융사란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작년 순이익은 KB와 메리츠가 각각 5조원과 2조3000억원이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9.72%와 28.11%다. 같은 돈을 굴려서 KB의 3배를 벌었다는 뜻이다.

이익은 주주 몫이다. 작년 메리츠금융의 TSR(총주주수익률)은 78.3%다. TSR은 주가 상승과 배당으로 얻는 총수익률이다. 금융사 평균의 4배다.

그저 그런 중견 금융사였다. 메리츠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 핵심은 역시 지배구조다.

그 정점엔 조정호 회장이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넘어 ‘주식 부호 1위’에 올랐다.

조 회장만 주식 부호가 됐을까. 2022년 2만원대였던 합병 전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이달 초 12만7400원까지 올랐다. 주주 모두가 돈을 벌었다.

2023년 ‘원메리츠’ 전략은 파격이었다. 메리츠그룹 3개의 상장사(지주, 화재, 증권) 주식을 하나로 합쳤다. 증권사와 화재는 각각 딜 소싱 능력과 자금력이 뛰어났다. 그런데 회사마다 주주가 다르니 이해 충돌을 막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주식을 합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조 회장의 지분율이 기존 79%에서 47%로 확 줄어드는 것이었다. 결국 조 회장 본인이 결단했다. 금융지주로 합쳐 증시에서 새 출발을 했다.

그 결과는? 조 회장은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시가총액 23조원의 회사로 성장시켰고, 작년 배당금만 2306억원을 받았다.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베어 내 뼈를 얻는다)’, 작은 손해를 감수해 큰 보상을 얻은 셈이다.

메리츠엔 ‘오너처럼 일하는’ 전문경영인이 둘 있다. 김용범·최희문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은 13년간 메리츠증권 CEO를 지낸 후 지주 CIO를 맡고 있다. 15년간 투자총괄을 한 셈이다. 김 부회장도 메리츠화재를 거쳐 지주까지 CEO만 11년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보고는 받지만 간섭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둘이 장기 성장에 무게를 두는 건 인상적이다.

‘24시간 돈 버는 것만 생각한다’고 알려진 최 부회장에게 가장 큰 관심이 뭐냐고 질문했던 적이 있다. 그는 “일 잘하는 직원을 데려오고 일 안 하는 직원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몇 백억원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10년 후 미친 듯이 일하는 직원만 있는 회사와, 노는 직원만 있는 회사로 갈릴지를 지금 경영자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유일한 자산인 인재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조 회장이 이 둘에게 투자한 모습과 오버랩된다. 메리츠는 신상필벌이 확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메리츠의 약점도 많다.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노리는 험한 사업을 즐기니 늘 불확실성은 크다. 급성장에 따르는 성장통도 직면할 것이다.

메리츠를 보면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떠오른다. 돈에 악착같은 건 비슷하다. 그런데 메리츠는 일반주주와 임직원도 함께 이익을 봐왔다. 샤일록과는 그게 다르다.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시도가 MG노조의 몽니로 무산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노조는 보상과 처벌이 확실한 메리츠를 꺼렸을 것이다.

물론 임직원이 놀면서 세금만 빨아먹는 기업도 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받는 것. 자유시장 경제에 충실한 쪽은 메리츠다.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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