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춤·칼춤·탈춤 '숨가쁜 변주'···시공간 초월한 한국의 美
무용수 전원 여성으로 '한 호흡'
11개 민속춤 속도감있게 펼쳐
변하는 달 모양 맞춰 무대 연출
전통미 살린 음악·의상도 눈길
내달 3~6일 국립극장서 막올라
360도 회전하며 화려하게 찰랑거리는 단검과 길고 늠름한 장검이 여성 무용수들의 유연한 몸짓과 함께 기세 좋게 무대 위를 가로지른다. 장면이 바뀌고 등장하는 것은 백색의 쌍 부채다. 애절한 클래식 기타 선율을 배경으로 우아한 부채춤 춤사위가 펼쳐진다. 부채춤 하면 떠오르는 낯익은 동작부터 현대무용과 닮은 자유로운 움직임까지. 부채를 접고 펴는 소리에 맞춰 휙휙 바뀌는 무용수들의 정교한 몸놀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다음 춤이다. 이번에는 ‘흩어진 가락’이라는 뜻의 산조와 ‘한’의 정서와 맞닿은 대표적 한국 춤인 살풀이다. 섬세한 손끝과 내딛는 버선발을 숨죽이며 지켜보다 보면 어느덧 고조된 감정선에 함께 몰입하게 된다. 마지막은 29명 무용수 전원이 등장하는 탈춤 군무가 장식했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국악, 각종 추임새가 어우러진 화려한 음악 안에서 신명나게 뛰노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하다.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펼쳐진 국립무용단의 야심작이자 올해 첫 공연인 ‘미인’의 일부다. 국립무용단은 다음 달 3~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릴 ‘미인’의 공연을 앞두고 주요 장면들을 기자들에 미리 선보인 뒤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 공연에서는 60분간 2막에 걸쳐 부채춤·탈춤·칼춤·북춤·강강술래·놋다리밟기 등 11개의 민속 춤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국립무용단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오가는 창작 무용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 신작인 ‘미인’도 그 연장선에 있다. 안무를 담당한 정보경 안무가는 “전통적 형식미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창작 춤으로 무대를 꾸몄다”며 “널리 알려진 한국 춤을 어떻게 새롭게 탄생시켰을지 살펴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무용수들이 각자 쌓아온 춤의 깊이에 주목해주기를 바랐다. 국립무용단의 여성 무용수만으로 캐스팅을 완성했다는 점은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정 안무가는 “이번 안무는 단순한 외형의 아름다움을 넘어 오랜 세월 쌓여온 춤과 무용수들의 호흡 속에 완성된 깊이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이번 작품으로 국립무용단과 첫 협업에 나선 양정웅 연출은 “여성 무용수의 섬세한 움직임과 강렬한 에너지의 대비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미인도’를 제시할 것”이라며 “한국적인 미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 관객들이 무용을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연출의 무게를 뒀다”며 “내 장기가 미장센, 즉 시각적 스타일링인데 ‘미인’은 관객에게 스펙터클한 경험을 선사하는 종합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연출의 말처럼 ‘미인’은 의상과 무대가 선사하는 시각적 재미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대는 ‘달’을 중심 모티브로 삼아 초승달에서 보름달 다시 그믐달로 변하는 모습을 각 춤의 흐름과 엮어 무대 위 시간과 감정이 자연스레 순환하도록 연출했다. 무대 디자이너로는 아이브 등 K팝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디렉터로 주목받은 신호승이 처음 도전한다. 지름 6.5m의 대형 에어벌룬을 활용해 음과 양의 에너지를 형상화하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26m의 대형 천과 족자 형태의 LED 오브제 등으로 강렬한 무대를 구현할 계획이다. 또 패션·전시·화보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서영희 디자이너가 삼베·모시·실크·벨벳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형형색색의 술이 달린 헤드피스부터 다채로운 색감의 신발 등 500여 점의 의상 및 오브제를 선보인다.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밴드 이날치의 멤버인 장영규가 음악을 맡아 꽹과리·거문고·장구 등 한국 전통 악기의 사운드를 해체하고 굿거리·휘몰이 등 다양한 장단을 변주한 창작곡들을 선보이다. 21세기의 미인을 표현하는 한국의 춤과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음악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겠다는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한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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