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벽’에 관람 포기…프로야구 ‘1000만 관중’ 속 고령층 자리는

박준하 기자 2025. 3. 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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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중 바라보는 KBO리그
먼저 예매하는 ‘선예매권’ 경쟁까지
온라인 매진 세례에 현장 판매 무색
야구 중계도 앱 유료 결제해야 관람
장애인석처럼 시니어석 설치 목소리
9일 경기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프로야구 시범경기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연합뉴스

KBO리그 개막이 1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프로야구 경기 10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하면서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1000만명을 돌파한 1088만7705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치열한 예매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고령자들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

◆온라인 예매도 어려운데 선예매권까지=“주말밖에 시간이 되질 않는데 KIA 타이거즈 경기를 보러 광주광역시에 가려고 하면 KTX부터 야구표까지 전부 온라인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한 번도 가지 못했어요.”

전남 나주에 사는 김의식씨(70)는 해태 타이거즈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지만 지난해는 야구장에 가질 못했다. 과거엔 경기장에 가서 표만 구매하면 됐는데 지금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을 쓰지 않고선 예매가 힘들기 때문이다. 경기 2시간 전에 현장에 가면 온라인에서 취소된 표를 구할 수도 있지만 좌석을 얻기가 어렵고 자리가 나더라도 좋은 자리에 앉을 수도 없다.

올해 역시 고령자의 프로야구 예매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온라인 앱 예매가 어려운 것은 물론 여기에 역대급 시즌권·선예매권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권’은 KBO리그 시즌 동안 좌석을 선점할 수 있는 권리고 ‘선예매권’은 좌석을 남들보다 일찍 구매할 기회를 사는 것이다. 즉 시즌권은 좌석이 보장돼 있지만 선예매권은 빨리 예매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2025 한화 이글스 선예매권 가격. 한화 이글스

예를 들어 한화 이글스는 일반적인 시즌권인 ‘풀 시즌권’과 일반 예매 하루 전에 자리를 선택하는 권리를 가지는 ‘얼리 선예매권’으로 나눴다. 올해 풀 시즌권은 1인 기준 105만9000~357만8000원, 선예매권은 15만원이다. 심지어 KT 위즈는 올해 처음 ‘선선선예매’를 도입했다. 멤버십 가입자 중 높은 등급 가입자가 낮은 등급보다 1시간 일찍 예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나머지 구단도 경쟁적으로 시즌권과 선예매권 판매에 나섰고 대부분 매진됐다.

난데없는 선예매권 경쟁에 고령자 팬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팬 송인한씨(62·서울)는 “과거엔 초대권을 일부러 뿌릴 정도였는데 예매 경쟁이라니 어색하다”며 “버스 타고 야구장을 지나가다가 ‘야구 볼까’하고 경기장에 들어갔고 과거에 8회가 넘으면 공짜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료 관람 문화는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구 중계를 보는 것마저 쉽지 않아졌다. 지난해부터 CJ ENM의 티빙이 중계권을 가지고 있어 유료로 야구 중계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보면서 가려면 유료 결제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단 소리다. 당연히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유료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은 TV로밖에 중계를 보지 못한다.

스레드

◆장애인석처럼 시니어석 필요=야구팬들 사이에선 ‘장애인석’처럼 ‘시니어석’이 따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누리꾼들은 “야구장에서 표가 없어 경기장 앞에서 서성거리는 어르신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젊은 야구팬만 아니라 나이 든 야구팬도 고루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됐으면 한다” “많은 좌석이 아니더라도 전용석이 생기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부터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현장 예매를 진행했다. 표는 수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첫 시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도 디지털 소외계층 전용 표를 현장 판매할 계획이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는 “마케팅팀에서 온라인 예매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표를 내놓자고 아이디어를 내서 결정했다”며 “현장 예매가 익숙한 오랜 팬들은 이를 더 편하게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도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현장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며 표 매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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