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차 런린이, 사이판 마라톤에서 '인생 경험' 해봤습니다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5. 3.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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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3분의 1이 한국인…10대부터 60대까지 참여
초보자 위한 5㎞ 코스서 생애 첫 기록 달성
사이판 마라톤 2025 현장 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할 수 있을까? 그냥 걸을까? 이러다 꼴찌할텐데."

(사이판=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헬스에 발레, 필라테스 등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각종 운동에 쏟아부은 돈만 수백만 원. 건강상 운동을 꼭 해야 했기에 요즘 대세라는 맨몸 운동인 러닝(달리기)을 시작한 지 고작 1개월째다.

2㎞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조차 아직은 힘겨운 '런린이'(러닝 초보자를 일컫는 신조어) 그 자체인 기자에게 '마라톤' 취재 제안이 왔다. 심지어 국내도 아닌 사이판.

사이판 마라톤 코스(마리아나관광청 제공)

국내 러닝 열풍과 함께 '런트립'(Run+Trip)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해외 마라톤 참가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러너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대회가 지난 8일(현지시간) 사이판에서 열린 '사이판 마라톤 2025' 대회다. 참가자 총 618명 중에 한국인이 약 210명으로 전체 35%를 차지했다.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엔 80명에 불과했다고.

사이판 마라톤이 주목받은 이유는 △약 4시간이라는 짧은 비행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제 마라톤 연맹 인증 대회라는 점 △새벽에 출발해 레이스 도중 바닷가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낭만 △무엇보다 휴양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번 대회에서 5㎞ 코스에 도전했다.

풀 코스, 하프 코스, 10㎞, 5㎞ 중 런린이를 위한 유일한 코스였다. 모든 레이스는 사이판 마이크로비치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켄싱턴 호텔 사이판에서 진행한 컨디셔닝 클래스.2025.3.7/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대회 하루 전, 해변에서 워밍업

의연해지려 했지만, 대회 날이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두려움'과 새벽부터 뛰어야 한다는 '부담', 완주하겠다는 '욕심'이 공존했다.

다행히 마라톤 대회 전날인 7일, 체력을 단련할 기회가 생겼다.

켄싱턴호텔사이판에서 국내 러닝 전문 코치인 박민규 트레이너를 초빙해 진행하는 '컨디셔닝 클래스'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켄싱턴호텔사이판은 러닝이 인기를 끌자 발 빠르게 '런&펀'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객실 투숙에 뉴발란스 모자, 가방, 머리띠, 양말 등으로 구성한 '시크릿 러너 박스', 올인클루시브 식사(1일 3식), 공항 이동 서비스 등을 포함한 패키지이다.

가벼운 체조 후 맨발로 20여 분간 해변을 달린다. 2025.3.7/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달리기 전 워밍업(몸풀기)은 필수다. 체온을 올려주고 근육을 풀어줘야 부상이 적다.

클래스는 대회 환경에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오전 6시에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켄싱턴호텔 전용 해변엔 가벼운 운동복 차림을 한 1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클래스는 모래 위에서 맨발로 진행했다. 가벼운 체조를 시작으로 해변 위를 20여 분 정도 천천히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처음엔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균형 잡기 어려웠으나, 2~3바퀴를 돌다 보면 어느새 요령이 생겨 몸이 가벼워졌다. 달리기 후 스킵운동, 뒤로차기, 앞뒤 뛰기 등을 하며 체온을 올렸다.

클래스를 진행한 박민규 트레이너는 "해변에서 하는 이유는 발목에도 좋고 허리, 고관절에도 무리가 덜 간다"며 "러닝은 몸 전체를 사용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사이판 마라톤 2025 출발지점이자 도착지점. 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번호표에 기록칩이 부착되어 있다.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5! 4! 3! 2! 1!" 축제의 장

대회 날, 출발 한 시간 전인 5시에 일행들과 모였다. 코스별로 출발 시간이 다른데 풀코스는 오전 4시, 하프는 5시, 10㎞는 6시, 5㎞는 6시 15분이다.

대회장 앞 주차장에서 미리 받은 기록칩이 부착된 번호표를 티셔츠에 달고 전날 터득한 가벼운 몸풀기를 하며 긴장을 달랬다.

출발 지점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사회자는 돌아다니면서 참가자들을 인터뷰하고 참가자들은 '인증샷'이나 동영상을 찍으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러너들에게 물과 이온 음료를 나눠주는 현지인들.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런린이는 허락하지 않은 해변 러닝

6시 15분, 카운트다운과 함께 출발 지점을 넘어 달리기 시작했다.

출발한 지 100미터도 되지 않은 시점부터 러너들에게 물과 이온 음료를 건네며 응원하는 현지인들이 줄지어 있었다. 물을 건네받는 행위조차 생애 첫 경험인 기자는 언제 긴장했냐는 듯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자신이 대견하기 시작했다.

가장 쉬운 코스여서인지 다양한 세대들이 함께 뛴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4~5살 되어 보이는 아이와 함께 뛰는 부모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뛰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띄엄띄엄 러너들이 벗어 던진 운동복들도 눈에 띄었다. 기록에 진심인 풀코스, 하프코스를 뛴 러너들이 땀에 젖어 무거워진 운동복을 벗어 던진 것이다.

완주 후 별도 부스에서 받은 완주 인증서.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완주자에게 티셔츠와 함께 제공하는 쿠폰과 에너지바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대회장에 마련된 오렌지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그간 연습해 온 2㎞까진 무리없이 뛰었지만,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는 진리처럼 2.5㎞ 반환점부터 몸이 급격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3㎞부터는 욕심을 버리고 '걷고 뛰기'를 반복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괜한 승부욕에 숨이 턱 밑까지 차도록 뛰기도 했다.

결승 지점까지 600m 정도를 남긴 시점부터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전력 질주를 했고 33분 45초 만에 완주했다. 5㎞ 참가자 153명 중 38등을 기록했다.

다만, 5㎞, 10㎞ 참가자들이 달리는 코스엔 해변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없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풀코스와 하프코스 주자들은 해변 코스가 포함돼 있어 보다 낭만적인 러닝을 즐겼을 것 같았다.

사이판 마라톤 2025 완주 메달. 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10㎞ 코스에 참가한 션과 그의 자녀들(마리아나관광청 제공)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에는 연예인도 함께했다. 10㎞ 코스에 마리아나관광청 마라톤 부문 홍보대사 배우 '유이'와 기부천사로 알려진 '션'이 첫째 딸 하음양, 셋째 아들 하율군과 참가했다.

유이는 여자 나이 부문별 2위를 기록했고 션의 딸과 아들은 각각 여자 전체 2위, 남자 나이 부문별 1위를 달성했다.

달리기를 마친 션은 "경치도 좋고 공기가 맑아서 뛰기가 정말 좋았다"며 "대회를 축제처럼 즐기고 관광도 하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라톤 연령 부문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50~60대 참가자들. 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대회 현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축하하며 격려했다.

결승 지점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 엄마와 아빠, 아들, 딸이 참여한 가족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양미영(50)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그냥 동네 위주로 즐기다가 마침 사이판 런트립 상품을 접하고 가족여행 겸 오게 됐다"며 "3박 4일 일정으로 워밍업도 하고 휴양도 즐기러 왔는데 주변에서 너무 부러워했다"고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10㎞ 코스에서 나이 부문별 1위를 차지한 정진영(62, 서울 강남) 씨는 "오기 전에 독감에 걸려서 많이 갈등했지만 오길 잘한 거 같다"며 "과거엔 유산소를 전혀 안 했고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뛰다 보니까 제일 좋은 운동"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마이크로 비치. 2025.3.8/뉴스1 ⓒ News1 윤슬빈 기자

오전 8시쯤 대회가 끝나면 대회장 바로 앞, 마이크로비치에서 축제가 열린다. 올해 시범으로 도입한 축제는 시상식을 시작으로 밴드 공연과 각종 푸드 트럭, 현지 예술가들의 공예품 부스가 들어섰다. 저마다 목에 메달을 걸고 있는 참가자들의 얼굴엔 피곤함보다 행복함이 역력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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