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훌륭한 기회였다" 13승 하고 재계약 실패했는데…LG 떠나 깜짝 역수출 되나, ML 개막 로스터 노크
[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 KBO리그 LG 트윈스에서 1년간 활약한 좌완 투수 디트릭 엔스(34)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개막 로스터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안정된 투구로 반전 드라마를 쓸 기세다.
엔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노스포트 쿨투데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시범경기에 구원등판,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디트로이트의 3-1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를 올렸다.
3-0으로 앞선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엔스는 첫 타자 헤랄도 퀸테로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시작했다. 안타와 몸에 맞는 볼, 폭투로 2사 2,3루 위기에 몰렸지만 코디 밀리건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넘어갔다. 8회말 칼 콘리에게 안타와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나머지 3타자를 아웃 처리했다. 2사 2루에서 퀸테로를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9회말에는 피치 클락 위반이 한 번 있었지만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까지 엔스는 시범경기 4경기에서 1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9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사구 10탈삼진 3실점. WHIP 0.89, 피안타율 1할6푼1리로 투구 내용이 꽤 안정적이다. 4경기 모두 구원등판했지만 매 경기 1이닝 넘게 멀티 이닝으로 길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LG에 몸담았던 엔스는 재계약 실패 후 지난 1월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승격시 13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고, 스프링 트레이닝에 초청선수로 합류했다. 개막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빅리그 생존에 성공하며 조심스럽게 26인 개막 로스터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엔스는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 2021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메이저리그 2시즌 통산 11경기(1선발·26⅓이닝) 2승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42 탈삼진 27개를 기록했다. 2022~2023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를 거쳐 지난해 LG에 왔다. 개막전 선발로 시작하며 30경기(167⅔이닝) 13승6패 평균자책점 4.19 탈삼진 157개로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13승은 리그 전체 공동 3위 기록이었지만 9이닝당 6.2득점을 지원한 타선 도움이 컸고,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 투수 20명 중 14위로 평균에 못 미쳤다. 좌완으로 최고 시속 152km 강속구와 커터를 구사했지만 단조로운 패턴으로 이닝 소화력이 떨어졌고, 5월까지 방출설에 시달렸다. 체인지업 구종 가치를 높여 6월 이후 안정감을 보였지만 재계약에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LG는 엔스와 재계약을 포기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20승을 거둔 우완 투수 요니 치리노스를 영입했다.
비록 한국과 인연은 1년으로 끝났지만 엔스에겐 좋은 시간으로 남았다. 지난달 4일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엔스는 “지난 3년간 나와 내 가족이 해외에 간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며 지난해 한국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팀의 에이스로 6~7이닝씩 책임지며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은 내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 내구성 면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개인 최다 167⅔이닝을 던지며 선발로 풀시즌을 보낸 것이 엔스에겐 큰 경험이 됐다. 이어 그는 “LG는 나와 재계약에 관심이 없었고, 디트로이트가 처음부터 관심을 보였다. 내 장점과 구단이 기대하는 부분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다녔던 미시건주로 돌아와서 기쁘다. 디트로이트와 함께하게 돼 정말 멋지다.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반겼다.
엔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2개팀과 마이너리그 4개팀에 한국, 일본, 베네수엘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야구를 했다. 한때 미국 독립리그에서 던지며 커리어가 끊길 위기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난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하고,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뉴욕 양키스에 지명된 뒤 평생 양키스 선수로 뛸 거라고 생각했지만 트레이드되고, 상황이 바뀌면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여전히 선수로 활동할 수 있고, 전 세계에서 뛰며 정말 멋진 여정을 보냈다”고 자신의 커리어를 자랑스러워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한다면 더 멋진 커리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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