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으로 폐교 느는데…다문화 학교는 '초과밀'

송성환 기자 2025. 3. 1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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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학령인구 감소로 서울에서도 폐교가 늘고 있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바로 다문화 학교입니다. 


밀려드는 학생들을 수용할 공간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서울의 한 다문화 대안학교의 사정을 송성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구로구의 한 대로를 마주한 이 5층짜리 건물, 다름 아닌 학교입니다.


마땅한 교문도 없이 건물 하나가 학교 전체인 이곳에서 3백명 가까운 다문화 학생들이 매일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좁은 복도를 따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실이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일반 학교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의 교실마다 십수 명의 학생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지난 2012년 90명 정원으로 개교한 지구촌학교.


전액 무료 학비와 더불어, 한국어가 아직 서툰 학생들을 위한 다문화 기초반까지 운영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매년 꾸준히 학생 수가 증가했습니다.


2년 전 중·고등 과정까지 정식 인가를 받으며 학생 수는 3배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제시카 고등학교 2학년 / 지구촌학교 (미얀마 국적)

"나 혼자 한국말 못 하는 거 아니구나, (다른 친구들도) 다 노력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서 이 수업을 듣고 있구나. 나중에 제가 저 같이 다른 나라에서 힘든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만큼 그런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식 초·중·고 교육기관이 되면서 교사 인건비 등 일부 지원이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급격히 늘어난 학생에 공간 확보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교실을 쪼개고 도서실과 급식실, 체육관 일부까지 교실로 전환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교실로 쓸 공간조차 남아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곳은 5층에 있는 체육관입니다.


학생들이 유일하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한쪽에선 중학생들이 피구 수업을 하고 있고요.


바로 맞은 편에선 고등학생들이 배트민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을 나눠쓰다보니 옆 수업으로 공이 넘아가기 일쑤.


그마저도 자리가 부족해 학생들은 자기 순서를 기다립니다.


화장실도 한 층에 단 하나뿐이어서 쉬는 시간마다 복도는 북새통을 이룹니다.


수업만큼이나 정서.심리 상담도 중요한 다문화 학생들이지만, 변변한 상담실 공간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교장실까지 빌려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혜 교감 / 지구촌학교

"공교육에서 사실은 지금 적응하기 어렵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몰려드는 거거든요. 이 아이들이 다른 데 갈 데가 있다면 분명히 가겠죠. 그런데 지금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지금 지구촌학교가 해야 되는 어떤 책무가 아닐까…."


기부금에 의존하는 운영 구조 속에서 후원금마저 매년 줄어들면서, 학교는 시설 확장이나 이전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과는 반대로 학령인구 감소에 문을 닫고 있는 폐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현실의 벽이 높습니다.


공유재산인 폐교 활용을 놓고 서울시청과 구청, 시교육청 마다 셈법이 다르면서 협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국표 / 서울시의원 (지난달 19일)

"재원 조달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고 이게 확정된 게 아니에요. 이게 지금 몇 년 됐는데요. 폐교된 지가…."


인터뷰: 정근식 / 서울교육감 (지난달 19일)

"폐교된 후 활용이 확정되려면 대체로 5년 내지 10년 정도 걸리는 사업입니다. 그렇게 바로바로 폐교가 나왔다고 해서 활용계획이 바로 세워지는 것은 아니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앞으로 TF와 위원회 등을 통해 폐교 활용 방안을 논의하겠단 입장.


국적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마저 차별받지 않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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