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늘어나는 상춘객에 산불 '초비상'…한순간 실수로 산림 잿더미
산불 예방·감시에 고삐…인공지능·광고 풍선에 집배원까지 투입해 총력 대응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15도를 웃돌아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실화·쓰레기 소각 등으로 인한 산불 발생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강원 동해안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태풍급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불어닥쳐 자칫 대형 산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전국 각 지자체는 인공지능(AI), 드론 등 각종 기술을 도입해 봄철 산불 예방과 감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 2건 중 1건은 봄에 발생…원인은 '입산자 실화·소각'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천668건으로 이로 인한 피해 면적은 여의도 크기의 138배에 달하는 4만37㏊(4억37만㎡)로 집계됐다.
산불 피해액은 총 2조2천691억원에 달했다.
산불은 특히 추운 날씨가 풀리면서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이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년 평균 발생 건수(567건)에서 봄철이 319건(5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겨울이 150건(27%)으로 뒤를 이었고, 여름과 가을은 각각 49건(9%), 48건(8%)에 그쳤다.
산불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186건(33%)으로 가장 많았고,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이 각각 67건(12%)·71건(13%)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담뱃불 실화, 어린이 불장난, 건축물 화재 등도 산불 발생 요인으로 꼽혔다.
올해만 해도 1∼2월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 100여건이 발생해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달 21일 오후 7시 7분께 강원 정선군 여량면 유천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축구장 면적 42개에 해당하는 산림 30㏊(30만㎡)를 태우고 18시간여 만에 꺼졌다.
밤새 산불로 3가구 4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고, 주민 1명이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산불 위험 키우는 봄철 '양간지풍'…났다 하면 '대형화' 못 피해
해마다 봄철이면 강원 동해안에는 대형 산불 우려를 더하는 '최대 고비'가 찾아온다.
양양과 고성 간성,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한 바람까지 불어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는 특이한 기상현상이 그 주범이다.
바람이 '태풍급'으로 강한 탓에 한 번 불이 났다 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순식간에 확산해 막대한 피해를 내기 십상이다.
양간지풍은 상층 대기가 불안정한 역전층이 강하게 형성될수록, 경사가 심할수록, 공기가 차가워지는 야간일수록 강해진다.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져 바람이 몸집을 키우게 될 경우 산불 진화의 핵심인 진화 헬기를 띄우거나 산불진화대의 접근이 어려워 화마(火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 산림 2만523㏊를 태우고 213시간43분 만에 진화되면서 '역대 최장기간·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된 2022년 동해안 산불 대형화의 주범도 양간지풍이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겨울 강원지역의 강수량이 기상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적었던 것으로 나타나 산불 우려가 큰 상황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발표한 '2024·2025년 겨울철 강원도 기후 특성'에 따르면 겨울철 강원지역 강수량은 22.7㎜로 평년(87.6㎜)과 비교해 27.5%로 매우 적었다.
이는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2020·2021년 겨울철 17.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지자체, 산불 위험 적신호에 바짝 긴장…특색 있는 예방책 눈길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르면서 관계 당국도 바짝 긴장했다.
산림청은 야간 산불 '신속 대응반'을 편성·운영하는 한편 다목적·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과 헬기, 이동식 저수조 등을 추가로 도입하고, 산불감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송전탑을 활용한 산불 무인 감시카메라 100대를 새로 설치한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24시간 산불을 감시하고 탐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확대 구축하고 진화 작업자의 안전과 체력을 보호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적극 활용한다.
올해는 전국에서 각종 기술과 장비 등을 새로 동원한 특색 있는 예방책도 마련했다.
강원도는 올해부터 AI 기반의 산불 예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도내 산불 감시 CCTV 영상 정보에서 연기, 불꽃, 구름 등을 감지하고 사전에 알림을 제공한다. 또 산불 발생 시 확대 영역 정보를 실시간 판독할 수 있다.
경남도 역시 산불감시 카메라 188대를 활용해 AI로 불꽃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산불 예방 ICT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한다.
인천시 강화군은 내달부터 길상산·남산·해명산 등 3곳에 설치한 지능형 산불 무인 감시카메라를 본격 운영한다. 이 장비는 연기를 감지하면 경보를 울리고 열화상 촬영 기능이 있어 신속한 초기 대응을 돕는다.
울산시도 광고풍선(애드벌룬) 드론을 활용한 산불 감시에 나섰다. 전문업체에서 애드벌룬 드론을 활용해 촘촘한 산불 감시 작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인적 자원을 활용한 산불 대응에도 힘쓴다.
전남도는 올해 처음 택배 노동자와 집배원 등 891명을 '전남산애 감시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소각 행위를 신고하거나, 산불 감시 활동에 투입하는 활동을 벌인다.
경기 용인시와 대전시는 야간 산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속 대기조'를 운영한다.
(정종호 장영은 김용민 형민우 김형우 최재훈 나보배 김상연 김재홍 김광호 김소연 강태현 기자)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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