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파나마 운하 지분 매입…외신 "트럼프의 승리"

김민영 2025. 3. 5. 10: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루비오 美 국무장관, 파나마 방문 한 달 만에
파나마, 美에 지분 매각 결정
라틴아메리카 해상무역서 中 견제 성격

미국 대형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파나마정부 간 갈등의 씨앗이 된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외신들은 블랙록의 파나마 항구 매입을 두고 '트럼프의 승리'라며 라틴아메리카 해상무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시케이(CK) 허치슨 홀딩스는 보도자료를 내고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사업 부문을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틸(TiL)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CK허치슨이 매각하는 지분은 파나마 운하 발보아 항구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하는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에 대해 갖고 있던 지분 90%다. 또 중국과 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 사업 부문에 대한 지분 80%를 포함한 기타 자산도 매각했다. 매각한 지분 등 가치 규모는 228억 달러(약 3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거래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일 파나마를 찾은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취임 뒤 첫 방문지로 파나마를 찾은 루비오 장관은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변화가 없다면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 영향력을 축소하라고 압박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사에서 파나마·중국을 싸잡아 "운하는 어리석게도 파나마에 양도됐다. 운하 건설에 많은 돈을 지출했고, 3만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어리석은 선물로 인해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고, 파나마의 약속은 깨졌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운하의 운영권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운하를 중국이 아니라 파나마에 넘겨줬다. 그래서 파나마에 넘겨준 것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파나마정부 간 갈등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적을 두고 있는 블랙록의 항구 운영권 매입으로 미국과 파나마정부 간 기싸움은 일단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윌슨 센터의 라틴 아메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벤자민 게단은 "이것은 해결 불가능해 보였던 위기에 대한 우아한 탈출구"라고 평가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컨테이너 항구가 중국의 교두보가 되었다는 미국 내 비판을 부분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짚었다.

AP연합뉴스

외신들은 이번 거래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견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디언은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파나마시를 방문한 지 한 달 만에 이루어진 이 합의가 파나마를 향한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협상에 대해 빠르고도 의미 있는 승리(significant victory)를 의미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의 지표"라며 월가 은행들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누렸던 권력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고 논평했다.

이번 거래를 두고 '트럼프의 승리'라는 등 언론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자 파나마정부와 CK허치슨은 진화에 나섰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번 거래에 담긴 지정학적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거래는 상호 이익에 의해 이뤄진 민간기업 간의 글로벌 거래"라고 적었다.

CK허치슨도 블랙록의 파나마 항구 매입이 트럼프 대통령의 운하 탈환 움직임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이 거래는 순전히 상업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파나마 항구와 관련된 최근 정치 뉴스 보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이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