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 윤석열 측 "미국은 탄핵 모두 부결"…우리가 탄핵하기 더 쉬울까

윤재영 기자 2025. 2. 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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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상원'이 심판…'상원 구성'도 영향
"미국·한국 탄핵 제도 근본적으로 달라"
정치적 아닌 법적 심판…"'중대성'도 요건"
출처=연합뉴스
어제(4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렸습니다.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윤 대통령측 대리인단 최거훈 변호사가 '미국의 탄핵'을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 4건을 상원에서 모두 부결시켰습니다. 그만큼 대통령 탄핵은 예외적입니다. 충분히 참작해 탄핵 심판을 신중하게 처리해주십시오."

대통령 탄핵은 매우 어려워야 하며, 미국을 좋은 사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실제 미국 역사상 대통령 47명 가운데 탄핵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소추만 4번 있었습니다. 한국은 대통령 20명 가운데 소추가 3번 이뤄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한국에서의 대통령 탄핵이 더 빈번한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대통령을 탄핵하기에 더 쉬운 구조인 것일까요.

미국 '상원'이 심판 vs 우리 '헌재'가 심판


앞서 고려해야 할 것은 두 나라의 제도적 차이입니다. 같은 대통령제 국가지만 탄핵 심판에 있어서 꽤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부분은 심판의 주체입니다. 의회가 상·하원으로 나뉘어 있는 미국은 하원이 다수결로 탄핵안을 소추하면 상원이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최종 심판을 합니다. 대법원장의 주재 아래 상원회의장이 일종의 심판장이 되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2차 탄핵 심판 당시 상원회의장 영상입니다. 대법원장이 상원의원 이름을 부르면 '유죄' 또는 '무죄'라고 소리내어 답합니다.

(영상출처: 유튜브 'PBS News')

반면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소추하면, 사법부인 헌법재판소가 최종 심판 권한을 갖습니다. 이 때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4차례 부결 이유는…'상원 구성'·'스모킹건'·'여론'도 영향


미국 상원은 왜 네 차례나 탄핵 소추를 부결시켰던 걸까요. 아무래도 심판 주체가 상원인 만큼 '상원 구성'이 영향을 미칩니다.

2021년과 2019년 두 차례나 탄핵 소추가 되고도 살아남아 재집권한 트럼프는 당시 상원 다수당이 여당인 공화당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심판 전부터 부결을 전망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2021년 '미 의사당 폭동 방조 혐의'로 탄핵이 소추됐을 때는 임기 막바지였습니다. 상원의 탄핵 심판은 트럼프가 퇴임하고 나서야 이뤄졌습니다. 당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상원에서 해결하게 두라"고 거리를 둘 정도로, 사실상 끝난 정권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2019년의 탄핵 소추는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였습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대가로 정적 바이든의 비리 조사를 요구했다는 의혹으로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했죠. 하지만 대가성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 '스모킹 건'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탄핵 찬성표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습니다.

영상은 2019년 탄핵 소추된 트럼프가 미시건주 지지자들 앞에서 "탄핵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환호를 이끌어내는 모습입니다.

(영상출처: 유튜브 'NBC News')

'여론'의 영향도 큽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탄핵 소추를 겪었습니다. 여당 민주당이 소수당이라 상원 구성도 불리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대통령의 편이었습니다. 클린턴의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70%에 육박했고 국정 지지율도 비슷했습니다. 클린턴은 탄핵 절차를 밟는 동안 사죄를 표명했고, 높은 지지율 속에 임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가장 오래 전인 앤드류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남북전쟁 뒤 대통령과 의회 간 갈등 속에 이뤄졌습니다. 의회가 반대하는 장관 해임 등이 이유였습니다. 명백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표 차이로 탄핵안은 부결됐습니다.

우리가 더 '쉬운 탄핵'일까


두 나라의 제도적 차이와 각 상황의 차이가 매우 큰 만큼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는 "상원이 심판하는 미국에선 탄핵이 정치적 심판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사법기관에 의한 규범적·객관적 판단"이라며 "그 성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탄핵으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기 전에 스스로 사임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린 닉슨 전 대통령은 하원 표결 직전 사임했습니다. 당시 지지율은 20% 수준, 상원 구성도 여소야대로 불리했습니다.

노 변호사는 "정치적인 고려가 많이 작동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탄핵 심판이 진행된다"며 "헌법 수호를 위한 절차"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히려 "제도적으로 우리나라가 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탄핵 사유를 '중범죄 및 비리'로 광범위하게 명시한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위헌·위법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강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대통령 탄핵 때는 '중대성'도 갖춰야 합니다. 임 교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판례가 '중대한 위헌·위법'을 요건으로 판시했다"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이것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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