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해외로 쏠린 218만 명.. 인천공항 ‘역대급’ 붐볐지만, 제주 관광은 추락”

제주방송 김지훈 2025. 2. 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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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바가지 요금에 실망”.. 일본·동남아로 여행객 대탈출
하루 21만 명 인천공항 이용.. “연휴 내내 제주 찾은 내국인보다 많아
최장 9일 황금 연휴, 내수 살리려 했지만.. 국내 관광지 ‘속수무책’
인천국제공항 (SBS 캡처)


설 연휴 내수 활성화를 기대했던 정부의 바람은 빗나갔습니다. 9일간의 황금 연휴, 특수를 누린 것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였습니다. 인천공항은 역대 최대 이용객 수를 기록하며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제주와 부산 등 국내 관광지는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 “국내 여행, 바가지 심하고 가성비 떨어져?”

국내를 포기한 여행객들은 ‘높은 물가’와 ‘낮은 만족도’를 이유로 일본·동남아로 발길을 돌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내수 진작’은커녕, 오히려 해외 관광업계를 살려준 설 연휴. 이대로 가다간, 명절에도 국내 관광지는 외면받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당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설 연휴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행객(출발·도착 포함)은 모두 218만 9,77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국제선 이용객이 217만 6,469명으로 전체 99.3%를 차지했습니다. 하루 평균 21만8,978명이 공항을 찾아, 개항 이후 명절 연휴 중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반면, 국내 여행지를 찾은 발길은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제주에 온 국내선 이용객은 47만392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51만 8,980명) 대비 9.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국내는 비싸고 기대 이하”.. 일본·동남아로 발길 쏠려

국내 여행지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여행객들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최근 일본 오사카로 골프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이준호(37. 가명) 씨는 “한국에서 골프 한 번 치려면 1인당 40만 원이 훌쩍 넘지만, 일본은 평일 7만 원, 주말 10만 원이면 충분했다”라며, “캐디 강요도 없고, 시설도 쾌적해 훨씬 합리적”이라면서 비싼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게 당연하다는 설명을 전했습니다.

비단 골프뿐만 아니라, 일본과 동남아 전반에 걸쳐 가성비 높은 여행지가 늘어나면서 국내 관광이 밀려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이번 설 연휴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 여행객은 27만6,237명으로 국가별 출발 여객 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설 연휴(8만3,599명) 대비 230.4% 급증한 수치입니다.

일본 정부도 한국인의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맞춤 정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한국인 사전 입국심사’ 제도를 도입해, 출국 때 일본 입국 심사를 미리 마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인 여행객들은 일본 도착 후 전용 출구를 이용해 빠르게 입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국내 관광지는 물가 상승과 불친절한 서비스로 인해 외면받는 모습입니다.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내국인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4%가 제주 여행의 가장 큰 불만 요소로 ‘비싼 물가’를 꼽았습니다. 2019년(29.1%) 대비 83.5% 증가한 수치입니다.

종전 가족 여행지로 제주를 선호해 자주 찾았다던 직장인 박윤정(29. 가명) 씨는 최근 경험을 털어놓으며 “한 끼에 1인당 3만 원은 기본이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도 전망 좋은 곳은 값을 따로 받았다”라며, “이럴 바엔 차라리 해외에서 더 좋은 숙소와 식사를 즐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 설 연휴 제주 방문객 4년 만에 최저.. 하루 인천 이용객보다 적어

국내 관광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제주 관광객 수도 급감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제주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4년 1월 한 달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98만 1,521명으로 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명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5만 4,690명) 대비 6.9% 감소한 수치입니다.

특히 설 연휴(1월 25~30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3만 1,160명으로,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21만 8,978명)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히나 연휴 내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보다 하루 만에 해외로 떠난 인원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국내 관광의 경쟁력 문제가 여실히 드드러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격 현실화 ▲서비스 개선 ▲다양한 여행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내 관광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외로 여행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숙박·음식업계의 과도한 요금 문제를 해소하고,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국내 관광, 더 이상 비싼 대체재가 되어선 안 돼”

설 연휴는 해외여행 선호만 아니라, 국내 관광의 구조적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국내 여행지의 과도한 비용과 친절한 서비스에 등을 돌렸고, 연휴 특수를 가장 크게 누린 곳은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로 나타난 탓입니다.

때문에 국내 관광 산업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려면, 마케팅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국내 여행의 가격이 해외보다 높아지는 순간, 선택지는 해외로 이동한다”라는 현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해외여행의 대체재’가 아니라, 독자적인 매력과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여행지로서 장점을 갖춰야 할 때”라며, “이러한 변화가 없다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여행객들의 발길은 더 늘고, 이를 내부로 끌어들이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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