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만기, 정만큼 양 많은 순천 웃장 국밥 거리 떴다

이민지 2025. 2. 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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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1TV ‘동네 한 바퀴’ 제공
사진=KBS 1TV ‘동네 한 바퀴’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이만기가 전라남도 순천시을 찾았다.

2월 1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에서 이만기가 황금빛 일렁이는 갈대 군락이 반겨주는 순천을 찾는다.

순천의 대표 전통시장인 웃장. 위쪽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하여 ‘웃장’이라는 정겨운 이름이 붙었다. 웃장 내 상설시장에는 오랜 시간 순천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웃장 돼지국밥이 있다. 국밥 2인분을 시키면 수육을 서비스로 내어주는 푸짐한 인심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끈다. 어느덧 20여 개의 가게가 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웃장에 국밥집이 8개였던 시절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조옥남(70) 씨.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속을 든든히 채워준 그의 국밥 인생과 함께 마음까지 배불리는 시간을 가진다.

꽃집이 아닌데 꽃으로 가득한 이곳. 저마다 알록달록한 색을 뽐내는 꽃들에게 홀린 듯 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가니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 꽃들은 모두 스타킹으로 만들었다는 것. 13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오른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김현정(50) 씨는 재활하던 중, 우연히 어머니가 모아둔 낡은 스타킹으로 꽃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송이 스타킹 꽃을 만드는 순간만큼은 모든 슬픔과 시련을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위로받았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단다. 인생의 파고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당당히 맞서길 선택한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를 만난다.

낮게 둘러싼 돌담이 정겹고, 옹기종기 모인 초가가 아름다운 동네.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 그 시절의 모습이 오롯이 보존된 낙안읍성이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된 곳으로 현재 90여 가구가 실제로 읍성 마을에 살고 있다. 6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지금도 매년 겨울, 부지런히 이엉을 엮어 새 지붕을 올린다는 주민들. 터전을 지키며 전통을 잇고자 하는 그들의 꿋꿋한 삶이 소박하게 아름다운 초가삼간의 풍경과 더없이 어울린다.

남도의 특산물 중 하나인 ‘서대’는 회로 가늘게 썰어 갖은 채소와 함께 새콤달콤한 무침을 해 먹는 것이 별미다. 손질이 까다로워 아무데서나 맛보기 힘들다는 서대. 오랜 세월 운동장을 누비던 축구 감독 출신의 허성홍(57) 씨가 서대회무침 한 상을 만들게 된 것은 어머니의 손맛을 잇기 위해서였다. 식당 일이 운동보다 훨씬 더 힘들지만, 든든한 지원군인 아들 허민홍(27) 씨가 곁을 지키는 덕분에 벌써 5년째 서대회무침 정식은 순천의 진미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음식이 완성된 것을 알리는 종소리 하나로도 ‘다름’을 느꼈을 만큼 사소한 일로 부딪힌 적도 많았지만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돈독한 사이가 됐다는 부자(父子)의 서대회무침 한 상. 소쿠리 한가득 순천의 맛과 멋이 넘친다. 이제 그 맛과 멋에 빠져들 시간이다.

순천만의 아래쪽에 위치해 탁 트인 풍광을 자랑하는 바다마을 화포. 반짝이는 윤슬에 푹 빠져 마냥 걷다 보니 좁다란 골목에 들어섰다. 활짝 열린 대문 밖으로 떠들썩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푸릇하던 청춘의 시절부터 허리 굽은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함께 바다를 누비며 일했던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꼬막을 삶아 먹는다. 그뿐이랴 생소한 생김새의 대갱이(개소겡)를 보고 놀란 천하장사 이만기. 남도의 걸쭉한 입담 자랑하는 어르신들과 함께 맛보는 순천만 갯벌의 특별한 먹거리까지- 이보다 풍족할 수 없다.

순천만 습지를 마주한 야트막한 언덕으로 향하는 길, 모두의 시선을 빼앗으며 존재감을 내뿜는 이들이 있다. 저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채 반기는 것들은 바로 토우다. 녀석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주인공은 김병순(74) 씨. 남편의 빚보증으로 모든 걸 잃고, 컨테이너에서 살았지만 늘 함께여서 행복했다는 그. 25년 만에 빚을 청산한 후,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 도예를 배웠고, 운명처럼 토우를 만났다. 젊은 날 고생한 아내를 위해 남편 한손옥(81) 씨는 매일 같이 아내 곁에서 보조를 자처한다. 남편의 특별한 외조에 힘입어 오늘도 김병순 씨는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만의 토우 세상을 만들어간다.

복작한 순천 시내에서 이곳만 다른 세상 같다. 청사초롱이 걸린 돌담 따라 걸으니,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00년 된 기와집이 있다. 그곳에서 단정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정영란(64) 씨 모녀를 만났다. 20년 동안 전통 한정식을 지켜왔다는 영란 씨는 과거 무심한 동갑내기 남편 탓에 홀로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식당을 시작했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운 맏딸이 동갑내기 사윗감을 데려오자 무려 12년을 반대했다.

하지만 휴일도 반납하고, 퇴근 후 가게에 찾아와 일을 도우며 결국 장모의 마음을 얻은 사위 장호채(42) 씨. 알고 보니 어릴 때부터 식당 운영이 꿈이었단다. 혼자서는 주방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장모님의 말에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한정식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메인 주방장이 된 사위 호채 씨. 장모님의 뜻을 이어가며,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한정식을 만들겠다는 그의 남다른 각오를 맛본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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