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나누어야 오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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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일 밤, 우리는 제6공화국 역사상 가장 반자유주의적인 인물이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을 들먹이며 계엄군을 동원해 사회 억압을 시도한 파쇼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이 나라 시민 모두가 밤사이 6시간 동안 정치적 격변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체험한 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정치 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집중된 권력은 얼마나 쉽게 오용될 수 있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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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윤석열 내란사태][만리재에서]
2024년 12월3일 밤, 우리는 제6공화국 역사상 가장 반자유주의적인 인물이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을 들먹이며 계엄군을 동원해 사회 억압을 시도한 파쇼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대통령 윤석열이 6시간 동안 일으킨 친위 쿠데타는 황당하리만큼 어설프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그 황당함이 자칫하면 시민에 대한 폭압을 낳고 종국엔 민주공화정을 파괴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이르면 지금도 몸서리가 인다. 중무장한 계엄군은 정말 우리 눈앞에 나타났고, 언제든 시민을 향해 살상용 무기를 쓸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위헌·위법적이다. 헌법상 계엄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령이 선포됐다. 게다가 헌법과 계엄법으로는 빼앗을 수 없는 국회의 권한까지 빼앗으려 했다. 계엄의 대상은 정부와 법원으로 한정된다. 계엄법 제13조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부여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계엄군은 엄연히 국회 본청까지 침입했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의 체포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의민주정이 파괴 직전까지 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내란죄다. 1997년 4월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내란죄 판결에서 “국회의사당의 점거와 폐쇄 등 일련의 강압 행위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며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내란죄 구성요건은 완전히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2024년 12월3일 밤 벌어진 일에 대한 판결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니 우선해야 할 건 윤 대통령을 체포해 처벌하는 일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또다시 이런 사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하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여전히 가진 국군통수권으로는 국지전 시도 같은 자멸적 선택이 나올 수도 있다. 이제는 그 어떤 일도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대통령 윤석열을 체포하고 탄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윤석열 계엄령을 통해 그 어떤 무능한 통치권자라고 해도 자의적인 판단을 동원해 권력을 오용하면 법의 적용 범위 밖에서 폭력적인 비상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이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이 민주주의의 당연한 승리라고 여기지만, 이번 사태에서 역설적으로 확인된 건 그 승리가 단 한 끗 차이로 처절한 패배가 되어 파국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 나라 시민 모두가 밤사이 6시간 동안 정치적 격변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체험한 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정치 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집중된 권력은 얼마나 쉽게 오용될 수 있는지였다. 권력은 나누어야 오용되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은 거대 양당 중심의 양극 체제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거대 양당 중심의 양극 체제에서 정치는 가치 지향을 잃고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만 집중한다. 권력을 잡은 쪽이 다른 한쪽을 절멸하기 위해 집중된 권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를 극단적으로 체현한 인물이 바로 윤석열이다.
그러니 이젠 시민이 힘을 그러모아 그 집중된 권력을 빼앗아 해체할 때다. 8년 만에 다시 일어난 촛불이 그 출발점에 서 있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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