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체첸 수장 딸, K팝카페 운영… “아무도 못 건드려”

/치코 인스타그램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의 딸이 현지에서 K팝 카페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디로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6일(현지 시각) 카디로프의 딸 타바릭 카디로바(20)가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 시내 쇼핑몰에서 운영 중인 K팝 매장 ‘치코’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치코에서는 할랄 버전의 한국 음식이 판매된다. K팝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국 드라마가 상영되기도 한다.

러시아에서 인스타그램 이용이 금지돼 있지만, 치코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치코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매장에서는 김밥부터 라면, 떡볶이 등 여러 한식이 판매되고 있다. 직원들이 한국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채 음식을 홍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 매장 벽지에는 한국풍 고궁과 문양이 그려져 있고, 대한민국 여권 모습을 그대로 본뜬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길거리 음식을 놓치지 않도록 구독하세요” 등의 문구로 매장을 홍보 중이기도 하다.

더타임스는 인권침해로 악명높은 카디로프의 딸이 성소수자(LGBTQ) 인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을 위한 K팝 카페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7년부터 체첸공화국을 통치한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반대 세력을 강하게 진압하며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켜왔다. 카디로프와 그의 보안군은 고문과 사법 외 살인, 특히 무슬림 국가에서 동성애 남성에 대한 숙청을 이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이 크렘린궁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체첸공화국은 서구 음악을 배제하고 체첸의 음악적 전통을 지키겠다는 이유에서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른 음악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체첸 문화부 장관은 모든 음악과 성악, 안무 구성을 80~116 bpm의 템포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평소 인권운동 지지 행보를 보인 BTS 역시 체첸공화국에서는 규제 대상이었다. 카디로프 지지자들의 반발로 2019년 그로즈니에서 예정됐던 BTS 라이브 콘서트 상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더타임스는 “BTS가 무슬림이 대다수인 체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들의 팬들은 종종 괴롭힘을 당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디로바는 시내 중심가에 한국 매장을 열고 운영 중인 것이다. 이에 체첸 전문가 해럴드 챔버스는 자유유럽방송(RFE/RL)에 “법률과 전통은 카디로프의 자녀들이나 다른 관료들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그들이 잠재적인 미래 지도자라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건드릴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카디로프는 카디로바를 제외한 자신의 자녀들을 잇달아 고위직에 임명하고 있다. 25살 딸 아이샤트는 문화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체첸 부총리로 임명됐다. 18살 장남 아크마트는 스포츠 및 청소년 정책 부장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