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윤범 "고려아연 2.5조 유증 철회"

김형규/성상훈 2024. 11. 1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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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4.5%포인트)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 카드'가 무산된 셈이다.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이후 장내매수로 1.36%를 더 사들인 반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 한국투자증권(지분율 0.8%), 한국프리시전웍스(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자회사·0.7%)가 지분을 전량 매각한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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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사 포함 지분율 35%대
MBK·영풍 연합보다 4%P 낮아
이사회 의장직 내려놓고
소수주주 다수결 카드 꺼내
이르면 연말 주총서 분쟁 결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3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상증자 추진으로 초래된 시장 혼란과 주주의 우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4.5%포인트)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 카드’가 무산된 셈이다. 시장에선 MBK·영풍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세에 몰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주주 설득에 나서는 등 우호 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75년 공동 경영’에 마침표를 찍는 최종 승부는 이르면 연말께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최종 승부는 주주총회에서 갈려

고려아연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최 회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에 기존 주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발표한 다음 날 하한가로 직행하는 등 시장 혼란을 부른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승기는 MBK·영풍 연합이 잡게 됐다.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 회장과 ‘백기사’를 합한 지분율은 35.33%로 추정된다.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이후 장내매수로 1.36%를 더 사들인 반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 한국투자증권(지분율 0.8%), 한국프리시전웍스(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자회사·0.7%)가 지분을 전량 매각한 여파다.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 7%대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를 직접 찾아가 “고려아연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건 현 경영진”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 도입”

최 회장은 이날 “이른 시일 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며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를 도입해 소액주주 의사를 반영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들 사안을 반영하기 위해 정관을 바꾸겠다”고 했다. 로봇, 배터리 등 신사업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외국인 사외이사도 새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발언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당초 이번 분쟁에서 최 회장 측이 명분에서 우위에 있고, MBK·영풍 연합은 자금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대규모 유상증자 시도로 여론이 돌아서자 다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선 도입한 기업이 없는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는 특정 사안에 한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하고, 소수주주 동의를 받아 의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경제계에서는 ‘1주=1의결권’이란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이 나왔다. 회사의 장기 성장보다 단기 시세를 노린 투기 세력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표 대결에서 밀릴 때 이 제도를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고려아연은 이런 비판을 감안해 지분율 5% 넘는 주주, 경영권 있는 주주를 지배주주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MBK·영풍 연합뿐 아니라 최 회장 측도 지배주주가 되는 만큼 소수주주의 판단에 맡기자는 얘기다. 하지만 최 회장의 약속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 정관을 바꾸려면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형규/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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