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없는 단풍 축제' 현실 됐다…"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왜
올해 10월 말까지 이례적으로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고 있다. 시기가 늦은데다 그나마 단풍도 색이 약해 전국에서 예정된 계절 축제가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달 25~27일 열린 대구 팔공산 단풍축제는 예년과 달리 한산했다.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도 지났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대 상가단체 관계자는 "이맘때면 팔공산 전체가 물들었는데 올해는 단풍이 20%도 들지 않아 손님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 10월 통틀어도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진 날이 없었다.
단풍은 하루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져야 제대로 물이 든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뭇잎으로 가는 물·영양분이 차단되고 나뭇잎에 있던 엽록소가 햇빛에 파괴된다. 평소 녹색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이 드러나 단풍으로 보이는 원리다. 국립수목원 측은 "미세먼지와 잦은 비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 단풍색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기대하는 단풍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009~2023년보다 1.3도 높았다. 앞서 산림청은 올 가을 단풍 절정(산림 50% 이상 단풍) 시기가 지난해보다 3~5일 늦어질 거라 전망했었다. 최근 10년 사이 단풍나무는 0.39일, 참나무류는 0.44일, 은행나무는 0.45일 매년 늦어지는 추세다.
단풍뿐 아니라 가을 꽃, 가을 특산품을 주제로 한 지자체 행사도 모두 작황 부진을 겪었다. 지난달 국화 축제를 연 경기 연천군은 꽃이 피질 않아 기간을 일주일 더 연장해야 했다. 전남 신안군도 아스타 꽃 축제를 취소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아스타 국화는 서늘한 기후에 개화하는데 올 여름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꽃이 거의 죽었다"고 말했다.
전남 함평군 모악산 꽃무릇 축제, 전남 영광군 불갑산 상사화 축제 등도 더운 날씨로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해 관람객들의 실망감이 쏟아졌다. 경북 봉화군의 경우, 송이 채취 행사를 계획했다가 호두 채취로 아예 주제를 바꾸기도 했다. 고온 다습한 날씨로 송이 농사를 망친 탓이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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